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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집필진 공모한다지만… 손사래 치는 보수·진보 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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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계 대부분 교수·연구진
이미 국정화 반대 성명 참여
"정부 입맛 맞는 인사로 구성" 중론
보수 학자도 자발적 참여 꺼림칙
"정부가 집필 위촉하는 게 낫다"
국정화 찬성자들이 필진 중심될 듯
"이념 아우르기 불가능" 전망 높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준비 중인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집필진을 공개모집으로 구성한다는 방침이지만, 역사학계에서는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집필진이 채워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역사학계 소속 교수-연구진 대부분이 국정화 반대 성명에 참여했던 점을 감안하면 집필진 공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9일 정치권과 교육계에 따르면, 국편은 이미 몇몇 인사들을 집필진으로 검토하면서도 공모를 통해 진보, 중도, 보수를 아우르는 집필진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의 바람처럼 다양한 이념과 시각을 가진 집필진을 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국정화 논란이 제기된 한 달여 만에 국정 반대 성명 등에 참여한 교수-연구진은 총 2,344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167명은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대학의 역사학자들이다. 공모에 응하지 않을 이들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공모 대상은 학계의 비주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공개 반대하지 않은 학자들마저 ‘어용 낙인’ 효과가 있는 공모에 나서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하일식 연세대 교수는 “멀쩡한 검정 교과서를 지금 와서 좌편향이라고 비난해대고 국사학자 90%가 좌편향 됐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정부여당이 공모한다는데 응할 학자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어 “나머지 10%를 필진으로 구성할 수밖에 없을 텐데 우편향 논란이 됐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며 “이들 역시 어용학자로 낙인 될 수 있는 공모에는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형식적인 공모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수 성향의 학자 역시 집필진 공모는 국정화 취지에 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국정화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공모에 응해 자발적으로 국정 교과서를 쓰겠다는 사람이 있겠는가”라고 묻고 “국정화에 찬성한다고 해도 드러내놓고 공모에 참여하기는 어렵고, 취지에 맞게 정부가 위촉하는 방안이 더 낫다”고 밝혔다.
국정화 추진으로 역사학회를 중심으로 ‘집필 거부’ 등 일종의 불복종 운동도 예상된다. 한 역사학회 관계자는 “정부가 국정화를 정식 발표하게 되면 한국역사연구회, 민중운동사학회 등 많은 학회에서 회원들에게 집필 거부 방침을 전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미 국편이 검토해 놓았다는 국정화 찬성 학자들을 중심으로 ‘그들만의 집필진’이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국정 교과서 편향 논란도 사회적 갈등의 핵심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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