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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제작 2~3년 걸리는데 고작 1년 여유… 부실화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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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사편찬위에 위탁
집필진 구성부터 파열음 예고
보수학자 중심땐 우편향 논란
수정·보완 관여 편찬심의회 구성에
다양한 전문가 등 참여 계획 불구
2013년 수정심의위도 비공개 의구심
예상대로 12일 전후 중ㆍ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방침이 확정될 경우 교육부는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위탁해 교과서 제작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제작된 국정 역사 교과서는 2017년부터 일선 학교에 배포해 교육을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교육과정 고시부터 심의ㆍ수정 및 생산ㆍ공급까지 교과서를 제작하는데 통상 2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주어진 시간은 1년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역사학계 구성원들의 반발로 균형적인 집필진 및 집필기준을 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역사 교과서를 기간 내 제작하더라도 졸속으로 인한 부실화 및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8일 종합 국정감사에 앞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한 ‘2015년도 국정감사 후속조치 현황 보고’에서 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개선과 관련, 국정으로 전환할 경우 국편이 교과서를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편은 현재 교과서의 검정 심사를 맡고 있는데, 교육부는 국편에 교과서의 개발, 제작까지 맡기는 것이 대학이나 다른 연구기관보다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 편찬을 위탁하면 국편은 대학교수, 교사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집필진을 공모해 교과서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또 집필진 구성부터 집필 세목 작성, 집필 내용 등 심의ㆍ수정 전까지의 제작도 책임지게 된다.
이미 국편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준비에 돌입한 상황이다. 집필진을 공모하되 역사학자들이 응하지 않을 경우 개별 접촉하겠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국편 고위관계자는 “국정이 확정될 경우 20~40명의 전문가를 모집해 집필을 맡길 계획”이라며 “참여 의사는 아직 물어보지 않았지만 국정화에 찬성하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집필 할 만한 분들이 있는지 이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사학계 소속 역사학자, 역사교사의 상당수가 이미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의견을 나타내, 집필진 구성부터 차질이 예상된다. 이럴 경우 국편은 국정화에 찬성하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필진을 꾸릴 계획으로 알려져, 역사교과서 제작은 집필진 구성부터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역사학계에서는 보수 성향이 강한 일부 학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한 역사학자는 “학자들 가운데 드러내놓고 국정화에 총대를 멘 사람들이 몇 명 있는데 이 사람들이 참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거론되는 학자 중 한 명인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 이명희 교수(공주대)는 본보와 통화에서 “국정화 되냐, 안 되느냐의 문제보다 지금 (좌편향)교과서에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가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한다”면서 “공모는 취지에 맞지 않고 접촉해온다면 그때 가 봐서 결정하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집필진이 보수 학자 위주로 구성될 경우 역사교과서는 보수 편향의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정부가 좌편향 교과서의 대안으로 추진하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이번에는 우편향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만열 전 국편 위원장은 “국정 교과서에는 일제의 침략이 한반도 근대화에 도움이 됐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이 강조되고 친일파들 역시 민족 배반 행위를 한 것보다 근대화에 힘쓴 인물로 묘사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편향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졸속 제작에 따른 부실 교과서 논란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학계 안팎에서는 교과서 제작 기간을 보통 2~3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정 교과서를 2017학년도부터 보급할 방침이어서, 집필 기간을 크게 줄이고 심의ㆍ수정 과정도 간소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편의 관계자는 “국정이 결정되면 집필진 구성과 동시에 내용 준거안을 마련해 내년 10월까지 집필과 심의까지 충분히 마칠 수 있다”며 “아예 없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있는 기존의 내용을 참고하기 때문에 부실 논란은 기우”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주체인 심의ㆍ수정 과정에 대한 눈초리도 곱지 않다. 교육부는 교과서 편찬 과정에서 수정ㆍ보완에 관여하는 편찬심의회를 역사학계 외에 학부모, 교육ㆍ국어ㆍ헌법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2013년 한국사 교과서 7종에 대해 수정명령을 내리기로 결정한 ‘수정심의위원회’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불투명 정책’을 펴고 있다. 한 역사학자는 “국정 교과서 심의위원회 참여자도 정부 입장을 대변할 인사들로 채워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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