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정제도 통해 승인한 교과서를 좌편향 부정 '자기모순'

입력
2015.10.08 18:51

교육부, 2013년 교학사 파동 직후

각 출판사에 수정·보완 지시

이듬해 1월 "최종 완료" 선언

2년만에 입장 180도 돌변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이 파행한 이유는 교육부의 이중적 행태 때문이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사실상 확정됐음에도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정작 교육부는 여당 의원들에게만 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입증하려는 특정 자료를 제공하는 행태를 보였다.

근본적으로는 당초 정부가 검정제도를 통해 승인한 교과서를 ‘좌편향’이라며 부정하는‘자기모순’적 행태가 혼란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일선 학교에서 사용되는 교과서는 정부의 집필기준에 따라 집필진이 서술을 마치면 교육부가 본심사와 1차 판정, 이후 수정ㆍ보완 권고 및 이행여부 확인을 거쳐 최종 합격을 결정한다. 또 매년 수정사항을 각 출판사에 내려 보내 개정작업을 거친다. 교육부는 지난 2013년 친일ㆍ독재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 파동’ 직후 각 출판사에 수정ㆍ보완을 지시한 뒤 이듬해 1월 “최종 완료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당정이 교과서 국정화 강행의지를 밝히자 교육부 입장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현행 검정교과서 집필진이 교육부의 수정명령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데 대해, 지난 2일 김동원 학교정책실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교과서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의 보편적 권리인 재심요구에 대해 ‘색깔론’을 제기하며 비판한 것이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 등 일부 교문위 여당 의원에게만 현행 교과서를 ‘좌편향’으로 결론지은 ‘고교 한국사 교과서 분석’자료를 제공한 것 역시 정치적 행보로 볼 수 있다.

이같은 교육부의 태도에 대해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정부가 과거 스스로 ‘문제 없다’고 인정한 교과서를 이제 와서 부정하는 건, 자기모순의 극치”라며 “정당성이 떨어지는 국정화 논의를 더 이상 숨기지 말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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