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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교과서, 강행한다 해도 날림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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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교육문화분야 업무보고에서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사실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는데 이런 것이 있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는 이번 기회에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 개발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한 마디는 지침이 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현행 검정교과서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사실 오류를 제기했다. 지난달 교육부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고교 한국사 검정심사 기간은 4개월에 불과했는데, 이를 평균 1.7인의 연구위원이 분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정과정의 부실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사실 오류와 졸속 검정은 검정체계 강화로 풀 문제지, 국정으로 전환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금 같아서는 해결은커녕 검정교과서보다 더 부실하고 날림투성이의 국정 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교육부는 국정화로 전환된 한국사 교과서를 2017년 3월부터 중ㆍ고교 보급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통상 교과서가 새로 개발되면 적어도 한 학기 이상 연구학교를 선정해 시범 적용을 거친다. 이달에 교과서 개발에 착수한다 해도 내년 2학기 전에 교과서 집필을 마치려면 앞으로 남은 기간은 10개월 정도다. 그 것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될 때의 계산인데 현재로서는 산 넘어 산이다.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 편찬을 통사 분야의 전문성 있는 국가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위탁할 계획이지만 뜻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전ㆍ현직 국편위원장 대다수가 국정화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편이 개발을 수용했다 해도 대학교수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집필진 공모도 난관에 부딪칠 전망이다. 정부여당 주장대로 균형 잡힌 교과서를 만들려면 보수에서 진보에 이르는 우수한 필자들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역사학자의 90%가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어 집필진 구성이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여기에 이념적 편향성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필진 구성에서 집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판에 교육부가 10개월 만에 집필과 검토와 배포를 끝내겠다는 것은 날림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거나 다름없다. 일본은 지난달 일본사와 세계사를 묶어 ‘역사총합’이라는 과목을 신설하면서 2022년까지 7년에 걸쳐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도저히 물리적으로도 가능하지 않은 국정화 시도는 포기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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