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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로 단일화, 되레 분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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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국정화 사실상 결정
내주 초 공표 가능성 높아
학계·진보단체 등 "불복종 운동"
보수단체선 "조속 발행 이행을"
사회·이념 갈등 '태풍의 눈'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강행키로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으로 한국사회가 분열로 치닫고 있다. 교과서 발행 체제를 결정하는 교육부가 침묵하는 가운데,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강하게 밝혔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인 내주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동원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아직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며 국정화 여부, 공식발표 시기에 대해선 언급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청은 국정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하고, 구체적 시기를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주 초 공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날 작년 초 2014 교육문화 분야 업무보고 당시를 거론하며 “박 대통령은 그 때 한국사 교육의 전반적 문제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적이 있다”며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이 있는 내용이 논란 있는데 이런 게 있으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교육부에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 개발 등 개선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며 “이것이 청와대의 최종적 입장이고, 그 이후로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당시 발언을 재차 확인하고 나선 것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미온적인 황우여 부총리 및 교육부장관을 향한 공개 압박으로 풀이된다.
여당도 국정화 강행 기류를 주도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회의에서 현행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대해 “출판사별로 일관되게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는 반(反) 대한민국 사관으로 쓰여져 있다”며 “학생들이 배우면 배울수록 패배감에 사로잡히고 모든 문제를 사회 탓, 국가 탓으로 하는 국민으로 만든다”고 주장,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힘을 실었다.
당청의 국정화 추진 방침에 학계와 진보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보수 진영이 국정화 찬성론에 목소리를 실으면서 이번 논란은 이념ㆍ사회 갈등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466개 단체가 결성한 범국민 연대기구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이날 서울ㆍ경남북ㆍ대전ㆍ부산ㆍ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육 통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국정화를 강행할 경우 집필 거부, 채택 및 사용 거부 등 ‘불복종’ 운동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1,400여 재외 동포도 국정화 반대 선언에 동참하는 등 반대 파장은 넓어지는 추세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연구실장은 “친일ㆍ독재 옹호 세력이 10년 이상에 걸쳐 준비해 온 역사 쿠데타”라며 “친일파의 아들(김무성 대표)과 독재자의 딸(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전국의 초ㆍ중ㆍ고 1,659개 사립학교를 운영하는 902개 법인의 대표인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는 조속히 역사교육에 대한 국론이 통일되도록 국정 발행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등 보수 단체들의 찬성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결정이 발표되면 정치권부터 사회 각층에 걸쳐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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