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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사교과서 국정화 후폭풍 감당할 자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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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다음 주 교육부가 국정화를 공식 발표하고 국사편찬위원회에 편찬을 위탁할 계획이라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전해지고 있다. 국정화 반대 여론이 예상을 뛰어 넘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정부의 무신경과 무책임이 놀랍다.
새누리당이 앞장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다시 불을 지폈다. 김무성 대표 등은 현행 교과서를 ‘반 대한민국 교과서’‘전교조 교과서’로 몰아붙이며 국정화에 당력을 쏟아 붓고 있다. 과장과 오류가 섞여있기는 하지만 설혹 현행 한국사 교과서가 편향돼 있다 해도 이를 바로잡는 방법이 왜 꼭 국정화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도 국정화 문제점을 감안해 교과서 검정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안을 검토해온 것을 보면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기자들에게 “걱정하는 것처럼 그렇게 과격한 결과는 안 나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기에 더 그렇다.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청와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교육부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교과서 담당 주무 부처가 여론과 장단점을 파악해 강구한 대안을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찍어 누르는 것은 교육정책의 전문성과 일관성을 무시한 처사다.
더 기가 막힌 건 청와대가 “교육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모른 척 하는 태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도 “한국사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적이 있다”며 “국정화 여부는 교육부가 교육적 관점에서 결정할 일”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뒤로는 국정화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놓고 겉으로는 교육부 소관이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국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견해를 밝히고 호소하면 될 일인데 왜 그리 못하는지 의아하다.
당장 국정화가 현실화할 경우 봇물처럼 터져나올 반발과 비판이 무엇보다 걱정스럽다. 불과 한 달 남짓 동안 국정화 반대 선언과 성명에 참여한 교수와 교사, 학부모 등의 수가 5만 명이 넘는다. 학계와 교육계를 넘어 일반시민으로 확산될 게 분명해 보인다. 박 대통령 말대로 지금은 우리 사회가 4대 개혁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때다. 이런 마당에 메가톤급 갈등과 분열의 불씨를 던져놓고 국정이 올바로 운영되길 바라는 것 자체가 헛된 꿈이다. 가뜩이나 도처에 현안이 쌓여있는데 국정화로 인한 뒷감당은 또 어떻게 하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참으로 답답한 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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