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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미 정상회담의 키워드

입력
2015.10.07 13:26

지난 주 미국 워싱턴에서 외교정책구상(FPI)이라는 싱크탱크가 회의를 열었다. 이 싱크탱크는 의회, 특히 공화당 계열과 관계가 돈독하다. 작년에 열린 포럼에서는 아시아에 관한 세션이 없었으나, 올해는 아시아에 관한 어젠다라는 주제로 세션이 조직되었다. 상원 동아태 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 지난 6ㆍ25 기념행사에 참석한 댄 설리번 상원의원이 패널이었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아시아 세션은 사실상 중국 세션이었다. 두 상원의원의 발표와 이어진 질의 응답 모두 중국 관련이었다.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관한 논의에서 다른 주제들은 전혀 부각되지 못했다. 그리고, 발표자들이 바라보는 중국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일부 의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는가를 보여준 사례다.

미국의 한국 정책은 독립적인 정책 영역의 일부라기보다 중국을 우선 순위에 놓고 있는 아시아 정책의 하위 영역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라는 렌즈를 통해 한국을 본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배하는 워싱턴에서 다음 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과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독립변수가 되는 길은 무엇일까?

지금 워싱턴에서는 한국을 미국과 중국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려는, 적어도 어느 한쪽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어하지 않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본다. 한국의 고민을 그 정도 수준에서 이해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정상회담에 수동적으로 접근하는 대표적인 태도는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으로 인한 미국의 부정적 인식을 어떻게 불식시킬까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 우리가 미국에 무언가를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되고, 다시 그러한 모습이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된다.

그보다는 우리의 방향을 보여주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무얼 하고자 하는 건지 알려야 한다. 중국 경사론은 중국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한다. 그래서 우리가 끌려들어간다는 논리이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통해 우리의 정책이 친중국적으로 바뀐 부분은 없다. 동시에 중국의 실질적 변화도 아직은 요원하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중국 국민이 한국과 북한에 대해 인식을 새로이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의 정책 방향이 중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를 이끌기 위한 것임을 전해야 한다. 중국이 우리와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 역시 가볍게 볼 부분은 아니다. 당장 중국의 정책 변화가 가시화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대중국 정책을 미국이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한미동맹을 더 강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추진하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말로 미국을 설득하기보다 구체적 정책의 형태로 우리가 한미동맹에 부여하는 가치의 정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선, 한미동맹의 영역이 기존의 양자간 전통적 안보 논의에서 사이버 안보와 우주 안보 등으로 확장되며 강하게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두 영역 논의에서 중국의 반응을 먼저 고려하는 것은 수동적인 태도다. 우리의 국익을 위해 앞서나가야 할 영역이다. 우리는 에볼라 사태에 적극 대처하면서 국제 보건 영역에서 앞서 나간 사례가 있다. 북한 관련 안보 문제가 중요하지만 이런 글로벌 리더십 추구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일본과 관련해서는 일본 지도자의 수정주의 역사관 문제를 정치의 영역으로 구분하고, 미국이 관심 갖는 안보 협력에서 우리의 정책을 보여주어야 한다. 안보 영역에서 우리가 앞서 나가면서 일본이 정치적 영역에서 부담을 갖게 된다면 그건 부수적 이익이다.

소극적으로 해명하기 시작하면 결국 그 프레임에 갇히고 만다. 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따르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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