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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아닌 건국" 보수색채 확연

입력
2015.09.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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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역사 교육과정 개정

헌법 전문 반영했던 고교 과정

'3ㆍ1운동과 임정 활동'

章 삭제

사회주의 계열ㆍ국외 민족운동 빠져

"역사교육 후퇴" 거센 반발

2015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은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축소하고 ‘1948년은 대한민국 건국 원년’을 주장하는 뉴라이트 등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 핵심이라는 평가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역사과 교육과정은, 역사학자 대부분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면서 제기한 우려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비중을 축소했다지만, 보수 색채가 대폭 반영된데다 용어 혼선 등으로 인해 부실투성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2015 역사과 교육과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나라 밖 민족운동 등이 축소되거나 제한적 서술에 머물렀다는 지적을 받는다. 역사교사모임 등에 따르면 2009 고등학교 역사과 교육과정에선 ‘대한민국이 3ㆍ1정신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헌법 전문을 반영, ‘3ㆍ1운동의 전개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을 한 단원의 장으로 넣었으나 2015 교육과정에선 삭제됐다. 2009 교육과정 집필기준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3ㆍ1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했음을 이해한다’는 목표도 2015 교육과정 집필기준에는 제외됐다. 다만, 2015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파악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으나, 이마저 별도의 장에서 다루지 않은 것은 중요성에서 밀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임시정부를 포함한 독립운동 역사를 대한민국과 무관한 역사라고 강변하는 뉴라이트식 근대사 인식을 반영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역사교사모임 등은 고교 한국사의 6단원 ‘일제 강점과 민족 운동의 전개’의 경우 “독립운동의 역사는 될 수 있으면 축소해 가르치라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그 만큼 제한적인 서술에 그친다는 얘기다. 실제 2009 교육과정 집필기준에는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에 대한 서술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지만 2015 교육과정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없다. 또 2009 교육과정은 ‘국외 민족 운동의 전개’를 별도의 장으로 설정해 “나라 밖 여러 지역에서 전개된 민족운동을 파악한다”는 포괄적 기준까지 제시했지만, 2015 교육과정에서는 만주의 무장투쟁과 중국 관내의 민족운동만 언급, 미국 일본 러시아령 등지의 민족운동은 애초부터 배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목됐다.

보수 색채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달 행정 예고된 2015년 교육과정 시안에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돼 있던 것이 불과 한달 사이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뀐 것은 정부가 뉴라이트의 요구를 적극 수용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뉴라이트는 줄곧 “1948년 8월15일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과 무관한 ‘건국’”이라고 주장해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광복 70주년 축사에서 ‘건국 67주년’이라는 발언을 집어넣으면서 헌법 부정 논란을 불렀다.

이 밖에도 2015 역사과 교육과정은 식민 지배, 식민지 지배, 식민 통치 및 민족 운동, 독립 운동, 민족 독립 운동 등이 혼용되는가 하면 ‘민족 말살 통치’, ‘대한제국을 강점한 일제’, ‘국권 피탈’ 등의 생소하거나 부정확한 용어까지 등장하면서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제대로 된 공론화 없이 폐쇄적으로 개정을 추진한 결과 우리 정체성에 중요한 근현대사, 특히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에 대한 내용이 대폭 축소 및 삭제됐다”며 “이는 역사교육이 20~30년 뒤로 후퇴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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