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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의석 유지' 윤곽 잡히자… 의원정수 확대 '물꼬'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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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획정위 결정 강력 반발
金대표 "비현실적인 案" 비판
새정치, 호남의석 감소 우려 불구
"비례 축소로 지역구 지키기 안돼"
전문가들 "의원 수 확대 검토할 때"
내년 총선에서 의원정수를 늘일 수 없기 때문에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지역구 의석을 늘리겠다고 주장하던 새누리당이 화들짝 놀랐다.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획정위)가 ‘비례대표를 줄일 수 없다’며 인구 비례에 따라 농어촌 지역구를 대폭 줄이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획정위의 가이드라인과 새누리당의 주장을 절충하는 방법은 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법 밖에 없다는 지적이어서 획정위 결정이 의원 정수 확대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새누리, ‘텃밭’ 지역구 감소에 ‘화들짝’
획정위 결정에 새누리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대표를 줄일 수 없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과 의석 수 300석을 넘겨선 안된다는 국민여론 때문에 국회가 합리적 기준을 획정위에 주지 않아 이처럼 비현실적 안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국회 정개특위를 빨리 열어 여야가 획정 기준을 서둘러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례대표를 축소하더라도 지역구 의석 유지 내지는 확대를 주장해온 온 새누리당과 김 대표는 획정위 결정에 사실상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더구나 획정위가 사실상 현행 수준의 지역구 의석 범위를 제시함에 따라 농어촌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의 선거구 감소가 불가피한데, 수도권 싸움에서 항상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보수진영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인 셈이다.
물론 새정치연합도 호남 지역 의석 감소에 비판적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에 비해서는 상당히 여유로운 표정이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개인 성명을 내고 “김무성 대표의 주장은 여당의 입맛에 맞는 게리맨더링(자기 정당에 유리한 선거구 획정)을 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를 바 없다”며 “비례대표를 축소해 지역구를 지키고자 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비례대표제를 껍데기만 남기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지역구 축소가 예상되는 호남 지역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는 의원 정수 확대라는 새로운 접근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호남 등 농ㆍ어촌 의석 수가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 우리당도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어떻게 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의원정수 고정’ 금기 깨야
획정위의 결론은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새누리당은 그간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서라도 지역구 의석을 확대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해왔지만 획정위는 이런 새누리당의 의도에 쐐기를 박은 꼴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과정 교수는 “획정위의 결론의 또다른 함의는 비례대표 축소는 안된다는 뜻”이라며 “획정 기준은 합의 못한 채 ‘의석 수 300석’만을 고집해온 정치권이 자초한 결과”라고 말했다.
때문에 새누리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이제라도 의원정수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개혁시민연대는 이날 획정위의 결정에 대해 “농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떨어뜨리고 정당 지지에 따른 비례대표 비율을 늘려 승자독식의 불공정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미 권역별 비례대표 100석 내외, 지역구 250석 내외 등 총 350~360석을 현실적인 선거제도 개혁방안으로 제시한 만큼 의원정수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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