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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지만 유익한 '사도' 가볍지만 감동있는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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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전통의 극장가 대목이다. 올해도 국내외 화제작들이 명절 연휴를 겨냥한다. 충무로를 쥐락펴락하는 ‘빅4’ 투자배급사(CJ E&M,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가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할리우드 영화들도 가세한다. 비교적 짧은 4일 연휴이다 보니 시장을 점령하려는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눈물의 궁중비사-‘사도’
16일 개봉해 시장을 선점한 한국영화 ‘사도’는 외피만으로 최대 화제작이라 부르기 충분하다. ‘왕의 남자’로 1,2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 유아인이 스크린을 채운다. 조연배우들의 면면도 눈에 띈다. 김해숙 전혜진 박원상 문근영 등이 연기 합을 맞췄고, 소지섭이 특별출연하며 묵직한 화면을 빚어낸다.
영화는 영조(송강호)가 자신의 아들 사도세자(유아인)를 뒤주에 가둬 죽인 조선조 궁중비사 임오화변에 초점을 맞춘다. 당파의 견제 속에 어렵게 권좌에 오른 뒤 위태롭게 왕권을 유지하던 영조는 총명한 아들에게 큰 기대를 가지나 희망은 결국 실망으로 변질된다. 영화는 아비와 아들의 비뚤어진 관계를 통해 조선 후기 궁정의 내밀한 면모를 들여다보며 피비린내 어린 조선 왕조의 역사를 전달한다.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애증, 존경하면서도 극복해야 할 대상인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강박 등 등장인물들의 다채로운 감정들이 포개지며 재미를 전하는 작품이다. 화려한 액션이나 과감한 노출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함께 보며 역사를 되돌아보고 부모와 자식 관계를 성찰할 만한 작품. 연인이나 친구끼리 볼 때는 육중한 감정몰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웃음과 감동-‘탐정: 더 비기닝’ ‘서부전선’
한국영화 ‘탐정: 더 비기닝’(‘탐정’)과 ‘서부전선’은 변화구 같은 작품이다. 우직한 정통 장르를 추구하기보다 여러 장르를 섞어 다양한 재미를 전한다. 가족끼리 봐도 무난하고, 친구나 연인이 함께 해도 나쁘지 않다. 단 복합장르라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감정을 남길 수 있는 영화들이다.
‘탐정’은 국내에서 드문 추리물에 코미디를 더했다. 경찰이 되고자 했으나 만화방 주인이 된 대만(권상우)이 엘리트 형사 태수(성동일)를 도와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았다. 뼈대는 스릴러이나 대만과 태수의 애처가 기질로 코미디의 살을 붙인다. 교환살인이라는 낡은 소재를 사용하지만 소소한 웃음을 바탕으로 제조해내는 서스펜스가 만만치 않은 재미를 던진다. 누명 쓴 친구를 구하기 위해 수사에 뛰어든 대만의 끈끈한 우정, 냉정하지만 결국은 따스한 면모를 드러내는 태수의 정감 어린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서부전선’도 웃음 반, 눈물 반으로 추석 관객들을 노린다. 6ㆍ25전쟁 막바지를 배경으로 중년의 국군 남복(설경구)와 인민군 소년병 영광(여진구)의 예사롭지 않은 관계를 그린다. 영화 전반은 우연히 함께 하게 된 두 사람이 반목을 거듭하다 우정을 맺게 되는 과정을 코믹 터치로 담아낸다. 후반은 전쟁의 비극에서 헤어날 수 없는 두 사람의 어두운 운명으로 관객의 눈물을 뽑아낸다. 12세 이상 관람가.
할리우드 스케일-‘메이즈 러너2’ ‘에베레스트’
할리우드 영화로는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메이즈 러너2’)와 ‘에베레스트’가 대목을 겨냥한다. ‘메이즈 러너2’는 지난해 개봉한 1편이 282만 관객을 동원했던 흥행 복병이다. 컴퓨터 게임과도 같은 이야기 전개가 젊은 층의 흥미를 자극할 만하다. 토머스(딜런 오브라이언)의 일행이 미로로부터 탈출한 뒤 맞닥뜨린 또 다른 위험을 보여준다. 토머스 일행을 위협하는 조직 ‘위키드’에 대한 의문, 위키드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저항 단체와의 만남 등이 극적 긴장을 형성하며 상업적 재미를 쌓는다. 미스터리와 공상과학, 스릴러를 절묘하게 섞은 연출과, 할리우드의 세련된 컴퓨터그래픽이 만족도 높은 볼거리를 준다. 12세 이상 관람가.
‘에베레스트’는 제목이 암시하듯 세계 최고봉이 주인공 중 하나인 재난 영화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등반 가이드 홀(제이슨 클락)과 풋내기 등반 사업가 피셔(제이크 질렌할) 일행이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뒤 하산하다 겪게 되는 위험천만한 사건을 담았다. 휘몰아치는 눈폭풍 등 인간의 도전을 무심히 거부하는 대자연의 심술이 121분을 채운다. 재난 영화의 공식에 충실한 이야기 전개는 좀 심심하나 에베레스트의 거친 풍광이 관객의 심장을 압박한다. 아이맥스 등 스크린이 클수록 재미가 더해질 영화다. 12세 이상 관람가.
작가주의에의 동참-‘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국내 예술영화의 대명사가 된 홍상수 감독의 신작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도 추석 극장가를 찾는다. 상업영화들만 빼곡한 극장가에서 신선한 재미를 찾는 관객이나 예술영화 애호가라면 크게 환대할 작품이다. 사람들의 속물 근성을 까발리며 삶의 본질을 전해 왔던 홍 감독의 영화세계는 변함 없으나 연출 형식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영화다.
지성 넘치는, 그러나 지질한 남자가 역시나 주인공이다. 유명 영화감독 춘수(정재영)가 영화제 초청으로 수원을 찾았다가 젊은 여인 희정(김민희)과 인연을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조합한 두 개의 에피소드를 전하며 기억의 이중성과 편의성을 말한다.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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