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안 반쪽 통과, 이런 식으론 野 활로 못 열어

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지도체제 개편과 공천혁신방안을 담은 ‘김상곤 혁신안’을 우여곡절 끝에 참석자 박수 형식의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4ㆍ29재보선 참패 이후 당 재건을 위해 출범한 혁신위원회의 100여일 장정에 일단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그러나 당내 비주류는 요구했던 무기명 투표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집단 퇴장해 결국 반쪽 의결이 되어버렸다. 전날 문 대표와 담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안철수 공동대표는 아예 불참했다. 혁신안 통과가 제1야당 갈등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된 셈이다.

혁신안이 부결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재신임과 연계했던 문 대표는 과정이야 어쨌든 재신임의 1차 관문을 통과했다. 내쳐 일반 국민여론조사와 권리당원 대상 여론조사를 통한 재신임 투표도 밀어붙일 태세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리더십 논란을 종식시키고 당 주도권을 확실하게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이날 중앙위 혁신안 표결에 앞서 “혁신안에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더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공감하지만 일단 혁신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시작을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천방안을 일부 수정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새정치연합 분란이 수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에서 승리한다 해도 비주류가 승복할 리 만무하다. 혁신안을 둘러싸고 주류와 비주류가 각종 명분과 논리를 앞세워 서로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본질은 내년 총선 공천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이를 외면하고 설득과 호소 대신 혁신안 중앙위 통과와 당원 및 일반국민 여론조사로 재신임을 묻는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 결과적으로 당내 상황을 한층 악화시켰다고 봐야 한다.

이대로 가면 갈등과 분열의 에너지가 한층 증폭되고 결국 일부 세력의 탈당과 분당이라는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새정치연합의 지지도는 새누리당의 반 토막이다. 분열상태에서 내년 총선은 치르나마나 참패다. 견제와 균형을 담보하는 강력한 야당의 존재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축이다. 그런 점에서 제1야당의 지리멸렬과 갈등 상황은 야당만의 위기가 아니다. 문 대표는 당내 제 세력을 단합시키고 혁신에 동참토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비주류의 소외감을 부채질하는 재신임 투표를 꼭 강행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비주류도 무조건 문 대표를 몰아세울 게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주류, 비주류 공히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기득권 양보 없이 제1야당의 활로를 열 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