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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재신임 투표 시기' 복잡한 셈법

입력
2015.09.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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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호남 민심 수습 급선무" 계산

비주류 "시간 벌어 文 무력화" 속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제안한 재신임 투표의 시기를 놓고 주류, 비주류의 신경전이 뜨겁다. 추석(27일) 전에 끝내야 한다는 문 대표 측과 국정감사 종료(10월 8일) 뒤로 미루자는 비주류 측은 각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복잡한 셈에 들어갔다.

문 대표는 지난 주말 중진 의원들과 연속 회동에서 ‘아주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이라고 여지를 두면서도 “추석 전 매듭 짓는 것이 훨씬 더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정감사가 한참 진행 중이라는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거취 논란을 빨리 끝내자는 차원에서 추석을 재신임 투표의 데드라인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당 내홍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자신의 리더십은 물론 내년 총선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도 컸을 것이다.

비주류 측이 호남 민심을 이유로 문 대표를 흔드는 강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추석 이후 본격적으로 내년 총선 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에 당 혼란을 빨리 수습해야 당의 지지율을 올리는데 필요하다”며 “특히 문 대표의 최대 약점인 호남 민심과 호남 출신 수도권 민심의 수습을 위해서 명절 전에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주류를 중심으로 재신임 투표를 국감 뒤로 미루자는 측은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집중 공격할 수 있는 국감에 집중한 뒤 당 내분을 수습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감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면 이번 국회뿐만 아니라 내년 봄 농사(총선)도 망칠 수 있다”며 “집권 3년 차 불통과 오만으로 인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실패, 경제실패를 바로잡기 위해 모든 힘을 국감에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신임 투표 보류파 중 일부는 시간을 벌어 재신임 정국에서 문 대표의 주도권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힘이 빠진 조기전당대회론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비주류측 한 재선 의원은 “당장 재신임 투표를 하면 문 대표의 리더십에 힘만 실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단 전열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단 양측은 공천 혁신안의 운명을 가를 중앙위원회까지는 여론의 움직임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문 대표는 중진들의 거듭된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명분과 함께 혁신안 통과로 재신임 분위기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비주류 측은 ‘혁신안 실패’를 거듭 강조하면서 혁신안과 이를 지지해 온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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