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역시나… 권력 언저리의 '갈퀴손'

입력
2015.09.12 04:40
구독

朴대통령 5촌 조카, 朴 이름 팔아

기업인수 등 미끼 20억 사기행각

올 2월에 징역 6년 선고 받아

朴 사촌형부는 靑비서관 들먹이며

사건무마 빙자 5300만원 '꿀꺽'

특별감찰관, 관리 대상 재점검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외조카인 김모(54)씨는 18대 대선 무렵인 2012년 12월 A사를 2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A사의 회장 행세를 하고 다녔다. 김씨는 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13년 1월 A사 명의로 아우디 A8과 Q7, A6 등 고급외제차량 3대를 3억7,300만원에 구입했다. 김씨는 그러나 A사를 인수하거나 차량대금을 납부할 능력이 없었다. 그는 2013년 5월에도 차량가격이 2억원에 달하는 포르쉐 파나메라 4S 승용차를 허위계약서를 내세워 구입한 뒤 가로챘다.

김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판 사기 행각으로 수십억 원을 챙긴 혐의로 올 2월 중형을 선고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 함석천)는 투자유치와 기업인수 등을 미끼로 2006년 1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10차례에 걸쳐 2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 대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피해자 고소가 잇따르자 2013년 9월 경찰에 구속됐다. 박 대통령 취임 후 터진 첫 친인척 비리 사건이었다. 김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인 상희씨의 외손자다.

특히 김씨의 사기행각은 대부분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식으로 이뤄졌으며 박 대통령 당선 후에도 이어졌다. 8촌 이내가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 대상인 점에 따라 부실 관리 지적도 나온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는 유명 정치인(박 대통령)의 친척임을 과시하면서 각종 회사를 인수할 것처럼 다수의 피해자를 속였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이달 17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달 4일에는 박 대통령의 사촌형부가 구속기소 됐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부장 권순정)는 청와대 비서관을 들먹이며 사건 무마를 미끼로 수배 중인 50대 여성으로부터 5,3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윤모(77) 전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윤씨는 육영수 여사의 큰언니인 인순씨의 사위로 1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통령 이름을 판 친인척의 개인비리 행각은 이 정부도 예외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회 국감자료에 따르면 올 3월 친인척과 청와대 고위공직자 감찰을 위해 출범한 특별감찰관의 관리대상은 대통령 친인척 160명을 비롯해 전ㆍ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189명에 달한다. “내 주변부터 엄격히 다스리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공언이지만, 권력의 곁불을 이용하려는 친인척과 이들에게 몰려드는 ‘파리떼’들에게 엄하게 들리지 않는다. 동생 박지만 EG회장조차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과 접촉한다’며 구두경고를 받은 사실이 청와대 문서유출 사건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

물론 이전 정부에서 민심 이반을 야기한 게이트급 권력형 비리는 아직 없다. 그렇다고 미래에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대통령 친인척 잔혹사가 대부분 권력의 힘이 빠지는 임기 후반기에 일어났다. 박 대통령과 이 정부가 경고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친인척 관리 전반을 재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