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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표의 재신임 제안까지 나온 새정치연합 내홍

입력
2015.09.09 18:02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문 대표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에서 “혁신안 처리가 마무리되는 시기에 당원과 국민에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재신임 투표의 방법은 지난해 4월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체제 당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를 물었던 ‘국민여론조사 50% + 권리당원 투표 50%’ 방식이 유력하다.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 제안은 최근 활동을 마친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의 활동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잦아들기는커녕 자신의 거취 논란으로 번지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정면 승부수다. 특히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자신의 정책을 잇달아 비판하고, 신당 만들기에 열심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만나는 등 ‘압박 행보’를 강화한 것이 직접적 계기다. 안 전 공동대표의 최근 행보는 정세균 전 대표가 문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가 야권 전체의 단결과 통합, 혁신을 위한 살신성인의 자세로 결단할 것”을 호소한 데서 보듯, 심상찮은 여파를 불렀다.

제1야당 지도부의 어수선한 발걸음은 문 대표의 기자회견 직전의 당무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 분위기에서 쉬이 확인된다. 혁신위가 10회에 걸쳐 마련한 혁신안은 최고위와 당무위를 통과해 16일 중앙위원회에 부치게 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공천혁신안 등에 대한 계파갈등이 심각했다. 이대로라면 혁신안이 중앙위를 통과해도, 애초에 혁신위를 친노 친위세력 정도로 여겨온 비노진영의 수용과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당 개혁과 통합으로 유권자의 호감을 사기 위한 혁신안이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최악의 경우 분당 사태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그만큼 커졌다.

문제는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 제안이 당내 분란, 특히 은근히 자신의 퇴진을 요구해 온 비노 진영의 정치공세를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다.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현재의 혁신안 논란은 4ㆍ29 재보선 참패로 비등한 ‘지도부 책임론’에 ‘당 체질 변화와 혁신’으로 에둘러 대응하기로 한 순간 이미 예고됐다. 문 대표의 재신임이 압도적으로 가결돼도 6개월이나 세력기반을 강화한 뒤의 일이어서, 비노 진영의 온전한 인정은 기대난이다. 더욱이 그 동안의 당내 논란이 공천혁신안에 집중됐듯, 현재의 혁신안은 대부분 당 내부의 규칙과 절차에 치중돼 국민의 눈에는 ‘자기들끼리의 문제’로 비치기 십상이었다. 국민은 제1야당이 노선과 정책에서 어떤 본질적 변화를 하느냐에 관심이 있다. 내부 절차나 세력 재편은 남의 일일 뿐이다.

우리는 여당과 호각지세를 이루는 강한 야당을 원한다. 그것이 견제와 균형의 최고 장치로서, 국민을 위한 정치의 토대라고 믿는다. 문 대표를 포함한 야당 지도부가 새로운 규칙을 둘러싼 논란에서 벗어나 보다 본질적인 변화를 논의하길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것만이 혁신안 논란 형태로 나타난 당내 갈등을 잠재우고, 수권정당의 본래적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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