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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잠수함 50여척 기지 떠나… 포병도 2배 이상 증강

입력
2015.08.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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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력 높이려 보여주기식 도발

일부 지역선 사격훈련도 진행

軍 "잠수함 대량 이탈, 6·25후 처음"

남북 고위급접촉이 시작된 22일 평양역광장 전광판에는 전의를 다지는 노래와 영상이 반복 재생됐다. 무관심한 듯 전광판 아래를 지나는 시민들의 표정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평양=연합뉴스
남북 고위급접촉이 시작된 22일 평양역광장 전광판에는 전의를 다지는 노래와 영상이 반복 재생됐다. 무관심한 듯 전광판 아래를 지나는 시민들의 표정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평양=연합뉴스

북한 잠수함의 70%가 기지를 떠나 한미 양국의 감시망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전방 포병전력도 2배 이상 강화하는 등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고조의 무력시위를 시작했다.

23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은 21일 남측에 대화를 제의한 이후 이틀간 동서해 잠수함기지에서 평소에 비해 10배가 넘는 50여척의 잠수함을 집중적으로 발진시켰다. 북한이 보유한 70여척 가운데 무려 70%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규모다.

잠수함은 한번 출항하면 사실상 포착이 어렵기 때문에 ‘은밀한 살인자’로 불린다. 또한 잠수함이 공격해도 도발원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자연히 우리 군이 신속하게 응징에 나서기도 마땅치 않다. 이 같은 잠수함의 위력은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에서 입증됐다. 이후 한미 양국은 북한 잠수함의 동향을 기초로 도발징후의 심각성을 가늠해왔다. 군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북한군 잠수함이 기지를 이탈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아주 이례적인 일이고 6ㆍ25전쟁 이후 처음”이라며 “잠수함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 한미 연합 탐지장비에 식별되지 않고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북한은 최전방부대에서 사격 준비태세를 갖춘 포병전력을 이틀 전인 21일에 비해 2배 이상 증강시켰다. 20일 서부전선 포격 도발시 사용했던 76.2mm 직사포를 늘렸고 전방지역 포병부대도 갱도나 부대에서 나와 즉시 포격할 수 있는 진지로 이동시킨 상태다. 명령만 떨어지면 바로 도발에 나설 태세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격훈련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해상과 육상에서 북한군이 동시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한미 정보자산에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려는 의도가 짙다. 이른바 ‘보여주기식’ 도발이다. 한미 양국이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21일 저녁 2단계로 격상한 이후 이틀간 북한군 잠수함과 포병전력의 이상징후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군 안팎에서는 “사실상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으로도 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북한의 이 같은 동향은 결국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추가 도발 가능성을 높여 고위급접촉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한창인 상황에서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대북 군사전문가는 “이 같은 행태는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유리한 입장을 점하기 위한 전략적 압박”이라며 “회담 결렬에 대비해 추가 도발을 위한 사전 움직임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도발위협을 증대시키는 와중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기만작전도 펼치고 있다. 22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판문점 남북 고위급 접촉 사실을 발표한 직후인 오후 4시38분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남북 접촉 사실을 보도한 게 대표적이다. 남북 접촉 사실 보도가 평소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또 보도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관진 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앞에 ‘대한민국’이란 수식어를 붙인 것도 이례적이었다. 대체로 남한을 ‘괴뢰’라고 부르고 최근까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비하 표현을 사용해 불러온 것과 대조적이다. 보도가 나온 직후 “북한이 대화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으나 잠수함, 포병 전력 강화 등이 확인되면서 북한의 이중 전략이었다는 지적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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