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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빽 없으니 허사"… 길막힌 기술혁신

입력
2015.08.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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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심 지원정책에 한계" 50%

R&D 투자 많아도 수출은 부진

#임직원이 10명도 안 되는 A기업은 몇 년 전 주변 기업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KTX 부품 국산화 연구개발(R&D)에 참여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정부 R&D 사업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연구개발 담당자가 정해진 양식에 따라 연구 증빙 자료, 지원금 사용 내역 등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데서부터 막혔다. A사 관계자는 “R&D 부서가 따로 없어 연구개발자가 영업 등 다른 업무를 처리하는 상황에서, 혼자 서류 작업까지 해야 해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B씨는 기술 개발 중 재정적 어려움에 맞닥뜨렸다. 세제 혜택이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관련 정보를 얻기가 쉽지는 않았다. 결국 B씨는 친분이 있는 공무원을 통해 미리 정보를 파악한 다른 기업에 밀려 기회를 놓쳤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은 기술혁신을 위해 정부의 R&D 사업을 통한 지원을 받고 싶어도 인력 등 여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정보가 부족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어느 정도 역량을 갖춘 기업은 정부의 기술혁신 지원 사업에 단골로 참여해 혜택을 받고 있다. 기업의 기술혁신에 대한 정부의 지원 사업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함께 자체 기술혁신 부설연구소를 운영하는 국내 기업 63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들은 정부가 나서서 각종 혜택을 주고 성과 창출을 독려하는 현재의 방식으론 궁극적인 기술혁신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기업 중 314곳(49.8%)이 정부의 기술혁신 지원 정책의 가장 큰 한계로 ‘공급자 중심의 추진 방식’을 지적했다. ‘단기적인 실적이나 성과 위주의 추진’을 문제로 지적한 기업도 184곳(29.2%)이나 됐다. 기업들은 기술혁신활동 촉진을 위해서는 ‘맞춤형 인력 양성 및 공급’(44.5%)과 수요자(기업) 중심의 지원 정책 확대(44.5%)가 시급하다고 꼽았다.

아울러 조사 참여 기업 중 326곳(51.7%)은 경쟁사와 차별화한 기술혁신을 위해선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보다 ‘자체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가 더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R&D가 산업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과학기술혁신역량 순위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7위로 꽤 높다. 그러나 항목별로 보면 문제는 금세 드러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총액 비중은 1위인데, 투자 대비 기술수출액 비중은 26위다. 연구된 많은 과학기술이 정작 산업혁신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묻히고 있다는 의미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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