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금융쇼크 언제까지… 신흥국들 글로벌 환율전쟁 확산

입력
2015.08.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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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유럽 등 주요증시 나란히 추락

中, 300조 규모 유동성 약발이 관건

"10월쯤에야 경기회복 여부 판가름"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의 ‘차이나 쇼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증시 급락이 연일 증폭시키는 중국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신흥국을 넘어 선진국 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는데다, 중국이 불을 당긴 신흥국간 통화전쟁(경쟁적 통화가치 절하)마저 갈수록 확산될 태세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그리스 재선거 등 기존의 대형 리스크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은 최소 한 두 달 이상 지속될 거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때마침 북한 리스크까지 불거진 우리로선 엎친 데 덮친 형국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증시가 지난 6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폭락장세를 연출한 지난 한 주(17~21일 상하이종합지수 -11.54%) 동안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증시 주요지수는 나란히 5~8%의 동반 급락세를 보였다.

이는 상하이지수 급락을 ‘중국 내부의 문제’로 여기며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던 지난 6월과는 사뭇 다른 반응. 그만큼 이번 중국발 쇼크의 공포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특히 중국과 미국의 제조업 지표가 동반 약세로 발표된 21일에는 미국 다우지수가 이틀 간(20~21일) 낙폭(888.98포인트)으론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1월 19~20일ㆍ872.46포인트)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만큼 선진국 전반이 공포에 떨었다.

동시에 신흥국엔 중국발 환율쇼크가 휩쓸고 있다. 지난 11~12일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4% 전격 절하한 이후 안 그래도 심상찮던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엔 가속도가 붙었다.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중국 수요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던 원자재 수출국의 절하폭이 특히 크다.

중국 상품과 경쟁관계의 나라들도 통화가치 조정 대열에 속속 나서고 있다. 지난 19일 베트남은 올 들어 세 번째 평가절하(달러 대비 3%)를 단행했고, 20일엔 카자흐스탄이 변동환율제를 전격 도입하며 자국통화 환율을 하루 만에 25%나 떨어뜨렸다. 보리스 슐로스버그 미국 BK자산운용사 이사는 “신흥국들이 통화가치 절하 경쟁에 다투어 나서는 지금이 글로벌 환율전쟁의 시작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의반 타의반’ 통화전쟁에 나선 신흥국들은 환차손 등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금이 대거 탈출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실제 최근 들어 신흥국 중심으로 국가 부도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왑(CDS)프리미엄이 높아지면서 한국(71.29bp)은 18개월, 중국(106.90bp)은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중국발 패닉 현상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분위기다. 중국 정부의 올해 7% 성장 목표에 회의적 전망이 잇따르고 전방위 부양책에도 불구, 증시 폭락이 지속되는 등 위기의 진원인 중국 경제의 안정을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하는 자산버블을 키워온 기존 통화완화 정책 대신 수출을 강화하는 환율정책으로의 전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통화완화의 힘으로 지탱돼온 중국 증시가 추가 조정을 받을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5~6월 금리 인하 등을 통해 풀어놓은 300조원 규모의 유동성 효과가 나타나고 중장기 경제정책이 논의될 오중전회가 개최되는 10월쯤에야 중국 경기회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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