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급 접촉에도 잠수함 대거 기동…전형적 '화전양면' 전술

입력
2015.08.23 16:25

"22일 오전부터 6·25전쟁 이후 최다 활동"…추가도발 노리나

북한의 잠수함 수십 척이 동·서해 기지를 이탈해 위치가 식별되지 않아 우리 군이 탐지전력을 증강해 추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식별되지 않은 잠수함은 전체 전력 70여척의 70%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으며 6·25전쟁 이후 최대 이탈률이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5월31일 새로 제작한 기록영화 '백두산 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서 공개한 북한 잠수함과 잠수함 기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의 잠수함 수십 척이 동·서해 기지를 이탈해 위치가 식별되지 않아 우리 군이 탐지전력을 증강해 추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식별되지 않은 잠수함은 전체 전력 70여척의 70%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으며 6·25전쟁 이후 최대 이탈률이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5월31일 새로 제작한 기록영화 '백두산 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서 공개한 북한 잠수함과 잠수함 기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군이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잠수함 50여 척을 대거 기동하고 사격준비 포병 전력도 2배로 늘려 추가 도발을 기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이런 행태가 '겉으론 대화하며 뒤로는 도발을 준비하는' 전형적인 화전양면 전술로 판단하고 최고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22일 오전부터 동·서해 잠수함 기지에서 50여 척의 잠수함을 출항시켜 서해와 동해로 전개한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현재 북한의 잠수함(정)은 77척에 이르고 있어 기동 중인 잠수함은 전체 전력의 70%에 이른다. 서해와 동해 바닷속에서 기동하는 북한의 잠수함 위치는 정확하게 식별되지 않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23일 "북한 잠수함의 기지 이탈률이 6·25전쟁 이후 최대 수준"이라면서 "이처럼 잠수함을 대거 기동시키고 위치마저 정확히 식별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사라진 북한 잠수함을 찾아내려고 P-3C 해상 초계기와 대잠수함 탐지용 헬기인 '링스'를 탑재한 한국형 구축함, 호위함 등을 동·서해상에 추가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로미오급(1,800t), 상어급(325t), 연어급(130t) 등 잠수함(정) 77척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잠수함은 기뢰부설과 수상함 공격, 특수전부대 침투 지원 등의 임무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한 2,000t급 신포급 잠수함도 건조했다.

잠수함은 은밀성과 기동성을 갖추고 있어 가장 신뢰성 있는 보복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적은 비용과 소수 전력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는 비대칭 전력으로 인식돼 각국은 잠수함 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하고 있다.

한미는 '수중병기'인 잠수함이 은밀하게 침투해 도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동·서해 북한 잠수함 기지를 24시간 추적·감시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반도 상공을 정기적으로 지나는 미국의 군사 위성이 주로 잠수함 탐지에 나서고 있다. 한미 분석 요원들은 군사 위성에 찍힌 잠수함 기지내 잠수함을 일일이 확인하고 만약 사라지면 해당 잠수함이 기지로 복귀할 때까지 추적 탐지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에도 북한은 연어급 잠수정을 이용해 어뢰를 발사한 것으로 군 당국은 결론 낸 바 있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북한 잠수함의 동향에 그간 촉각을 세워왔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잠수함의 움직임은 우리가 북한군의 여러 도발 징후를 판단할 때 아주 중요한 척도로 삼는다"면서 "여러 탐지 장비로 북한군 잠수함 기지에 잠수함(정)이 제대로 있는지, 몇 척이 이탈했는지를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의 잠수함 전력 증강에 대응해 지난 2월 1일 잠수함사령부를 창설했다.

현재 해군은 209급(1,200t급) 9척과 214급(1,800t) 4척 등 13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까지 214급 잠수함이 9척으로 늘어나면 잠수함사령부는 18척의 잠수함을 운용하게 된다.

해군은 2020년대에 수직발사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3,000t급 잠수함 9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1990년대 초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209급 잠수함은 3,000t급 잠수함이 실전에 배치되는 2020년대에 차례로 도태될 예정이다. 잠수함의 수명주기는 약 30년이다.

수중에서 활동하는 북한 잠수함을 추적하는 것은 음파탐지기를 장착한 구축함과 잠수함, 해상초계기, 링스헬기가 맡는다.

잠수함과 구축함에 탑재한 어뢰가 유사시 북한 잠수함 타격에 동원된다.

한국형 구축함(KDX-Ⅱ급) 이상의 함정에 탑재된 홍상어도 대잠 공격형 어뢰다. 물속에서 발사되는 일반 어뢰와 달리 로켓추진 장치로 공중으로 발사됐다가 바다로 들어가 잠수함을 타격한다. 사거리는 20여㎞에 이른다.

또 북한군은 최전방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한 포병 전력 상당수를 사격 준비 태세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전날 시작된 고위급 접촉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이다.

갱도에서 밖으로 나와 명령만 내리면 즉각 사격할 수 있는 상태인 북한군 포병전력이 고위급 접촉이 시작되기 전보다 2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이런 이중적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기 때문에 연합전력으로 최대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한 전문가는 "북한군 동향은 남북 고위급당국자 접촉에서 유리한 입장 점하기 위한 전략적 압박으로 볼 수 있고, 결렬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 도발을 위한 사전 움직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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