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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FIFA 40년 절대권력 부패의 고리 끊겠다"

입력
2015.08.1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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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서 FIFA회장 출마 선언

'反 부패·非 유럽' 전면에 내세우며

유력 후보 플라티니와 청렴도 차별화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반(反)부패’와 ‘비(非)유럽’을 전면에 내세워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 명예회장은 17일 프랑스 파리 샹그릴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FIFA 개혁을 위해 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며 8개 항목의 공약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회장과 집행위원회, 사법기구 간 견제와 균형 강화 ▦토론이 있는 총회 ▦회장 임기 제한 ▦재정 투명성 제고 ▦회장 급여,보너스,제반 비용 공개 ▦각국 협회에 제공하는 재정지원프로그램(FAP) 증대 ▦FIFA 내 여성의 대표성 제고 ▦여자월드컵 상금을 올려 위상제고 등이다. 정 명예회장이 출마 기자회견 장소를 파리로 택한 이유는 FIFA가 출범한 장소이기도 하고, 강력한 경쟁자 미셸 플라티니(60ㆍ프랑스)의 안방에서 선전포고를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수십 년 동안 FIFA에 부패의 악순환이 지속됐고 커져 왔다”고 운을 떼면서 “FIFA에 상식과 투명성, 책임감을 되살릴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불거진 제프 블래터(79ㆍ스위스) 현 FIFA 회장의 비리 의혹을 꼬집었다. 정 명예회장은 “FIFA가 부패하게 된 이유는 같은 인물과 그의 주변 인물들이 40년 동안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라면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명예회장은 1994년부터 2010년까지 FIFA 부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스스로 FIFA의 부패 세력에 맞서왔음을 강조했다. 그는 “20년 전 FIFA에 몸담은 후부터 투명성과 책임을 주문했다”면서 “1995년 연설에서 월드컵 마케팅과 TV 중계권의 입찰과 계약 협상 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또 부패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력이 FIFA를 이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904년 창립 이후 FIFA 회장 8명은 모두 유럽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아시아 출신임을 강조했다. 정 명예회장은 “아시아 인구가 44억명, 아프리카는 12억명으로 이 두 대륙을 합치면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다. 만약 아시아와 아프리카 주요 도시에 축구팀이 만들어져 유럽과 경쟁한다면 세계 축구가 얼마나 발전할지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세계 축구계는 이번 FIFA 회장 선거가 정 명예회장과 함께 지난 7월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의 2파전 구도로 형성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플라티니 회장은 유럽은 물론, 아시아, 남미,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등 폭넓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명예회장은 플라티니 회장과 달리 뚜렷한 지지 세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17년간의 FIFA 활동을 토대로 숨은 인맥을 자랑한다. 출마 여부를 저울질했던 그가 세계 축구계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나눈 후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히는 만큼 어느 정도 지지세력을 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이날 정 명예회장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정 회장은 17일 축구협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선언문을 통해 “정 명예회장의 출마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과 플라티니 회장 외에도 아시아 출신인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축구 스타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코임브라 지쿠(브라질),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등이 출마 선언을 했다. FIFA 차기 회장 후보자들은 투표일 4개월 전인 10월26일까지 출마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선거는 내년 2월 26일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치러진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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