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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의 아들" 80세 남성, 日대사관 앞 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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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집회 중에 시도… 3도 중화상
평소 위안부 문제 관심 '극한 선택'
가방엔 유서와 日정부 비판 성명서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1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수요집회에서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80대 남성이 분신, 중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50분쯤 최현열(80)씨가 일본대사관 앞에서 자신의 몸에 인화물질인 시너를 바르고 분신을 시도했다. 최씨가 집회 장소 뒤쪽 제일모직 건물 앞 화단에서 분신하자 집회 참가자들이 달려들어 물과 플래카드, 소화기 등으로 불을 껐다. 최씨는 얼굴과 가슴 등에 3도 화상을 입고 서울대병원을 거쳐 화상치료 전문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기도가 목안으로 말려 들어가 정상호흡이 곤란한 상태여서 회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회원으로 광주에서 살고 있는 최씨는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8월 14일)을 앞두고 열린 수요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서울로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최씨가 근로정신대 할머니에 대한 보상과 사죄를 외면하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최씨가 분신 직전 지니고 있던 가방에서 3장짜리 유서와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견해 가족에 인계했다. 유서에는 대한민국 제단에 불타는 마음을 바치고 나라 살리는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했으니 뜻을 이해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최씨는 2013년 5월부터 근로정신대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모임과 관련한 집회 등에 참석했으며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재판정에 직접 찾아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시민모임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씨의 아버지 최병수씨는 1932년 6월 ‘영암 영보 농민 독립만세 시위 사건’에 참여해 치안유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1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해방 이후 독립유공자로 추서되지 않아 안타까워했다”고 밝혔다. 광주 서구 최씨의 이웃들도 3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아파트에서 살아온 최씨가 부지런하고 정갈한 성품이었다고 전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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