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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구의 ‘아름다운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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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자들 중 현실주의자들은 주권, 독립성, 영토 보전, 국가 안보(생존)를 국가의 지상 목표로 삼고 그 달성 수단인 국력(힘)의 관점에서 국가이익을 규정하며, 국력을 군사력과 경제력(산업력)의 합, 즉 타국에게 자국이 선호하는 바를 ‘강제할 수 있는 물리적 힘’과 동일시한다. 최근에는 자유주의 성향의 조지프 나이가 25년여 전 쓰기 시작한 ‘설득할 수 있는 힘,’ 즉 연성권력(소프트파워)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면서 이와 대비하여 기존의 ‘강제력’을 경성권력(하드파워)이라고 한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문력은 무력보다 강하다)”는 말이 오래 전부터 쓰였듯이, 국가관계를 포함한 인간관계에서 강제력 이외에 상대방을 설득하여 스스로 따르게 만드는 힘은 매우 중요하다. 결국 국가이익이란 국력을 증가시키는 것이고, 국력이란 어떤 국가가 상대국에게 자국이 원하는 것을 하도록 만드는 힘인데, ‘강제력’과 ‘설득력’을 다 포함한다고 말할 수 있다(이 둘의 적절한 배합을 ‘스마트파워’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객관적 국가이익이란 무엇인가? 사실 객관적 국가이익이라는 것은 없다. 결국 주관적 국가이익만이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국가 대전략의 방향 설정에 따라 국가이익이 규정되고, 그 방향은 결국 국내정치세력의 판도에 따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북한을 타도ㆍ흡수의 대상으로 생각할 때와 포용ㆍ타협의 대상으로 생각할 때의 국가이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야, 보수, 진보를 넘어서 국가 대전략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없다면, 현직 대통령 혹은 정치인들이 말하는 국가이익은 결국 자신이 선호하는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할 수 있다.
한편, 정치인들이 부딪히는 가장 큰 딜레마는 국가이익과 자신의 정치적 이익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하느냐의 문제이다. 민주국가에서는 당연히 선거 결과가 정치생명을 좌우한다. 이 지점에서 바로 훌륭한 정치가와 정치꾼(모리배)이 갈린다. 필자의 생각에 훌륭한 정치가는 한국의 국가목표로서 주권, 독립성, 영토 보전, 국가 안보(생존) 등의 “협의의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물론, 더불어 성숙한 민주주의, 평화통일, 북한을 비롯한 모든 이웃국가들과의 선린관계를 포함하는 “광의의 국가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이들이 한국의 장기적 국가이익을 해치는 정책에 기대어 자기최면을 걸고 자족감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일 때가 종종 있다.
이 순간 필자는 백범 김구 선생을 생각한다. 사실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파워라는 개념은 오래 전 김구 선생이 강조한 ‘아름다운 나라’와 유사하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 원하지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文化)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민주정치, 민족통일, 자주외교를 강조하였을 뿐만 아니라, 반공보수주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우파민족주의자로서 끝까지 남북협상을 시도했다. 선생의 통일지향적 삶은 여전히 우리의 지표가 될 만하다.
한민족의 갈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할지라도, 항상 만사의 밝은 면을 보는 동시에 어두운 면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그 어둠을 밝히기 위해 힘써야 한다. 사람이 낙천적인가 비관적인가는 선택이나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도덕적, 윤리적 의무이다. 왜냐하면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기제에 따라 낙천적인 사람은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비관적인 사람은 세상을 더 나쁜 곳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윤태룡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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