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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케묵은 얘기한다며 깎아내리는 분위기 안타까워… 기념사업에 가이드라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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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후손들에 대한 존경은커녕 무관심을 넘어 적대감이 팽배했다.”
경북독립운동기념관 강윤정 학예연구부장은 10일 오랫동안 안동 지역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삶을 관찰해 온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안동 출신인 강 부장은 1998년부터 안동의 독립운동 역사를 연구해 온 향토사학자다. 2007년 경북독립기념관 개관과 함께 학예연구부를 맡아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그는 “지금이야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독립운동가 자녀들이 겪은 고통은 상상이상”이라며 “그럼에도 ‘케케묵은 옛날 얘기한다’며 이들을 깎아 내리는 분위기까지 있어 안타까웠다”고 했다. 강 부장은 2003년 시작된 경북독립운동기념관 건립 과정을 예로 들었다. 독립운동가의 산실이라는 외부 평가에도 막상 기념관을 지으려 하니 ‘안동이 무슨 독립운동의 성지라도 되느냐’는 반응이 많아 첫 삽을 뜨기가 순탄치 않았다. 다행히 10년 사이 지역 분위기가 변해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의 노력을 재평가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다.
그는 실천에 방점을 둔 퇴계 이황의 학맥과 혼맥으로 연결된 공동체 정신이 결합해 안동 독립운동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동 출신 사회주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평가가 미진한 점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참여정부 들어 김재봉 권오설 선생 등 몇몇이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았지만, 충분한 공훈에도 아직 유공자 지정을 받지 못한 후손이 훨씬 많다는 게 강 부장의 판단이다. 그는 “이데올로기란 거대한 벽 앞에 학계에서도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연구하는 일에 소극적”이라며 “역사와의 화해 차원에서도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부장은 독립운동 유공자 지정 등 기념사업에는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운동 기념 사업도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며 “지금 잘 나가는 집안의 독립운동이 더 알려지고 부각되는 반면, 힘 없고 쇠락한 집안은 비석 하나 세우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후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은 미래세대의 균형 잡힌 역사관 정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안동=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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