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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인데… 독도에 '블랙이글' 못 띄우는 정부

입력
2015.08.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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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한일관계 악영향" 반대

결국 광화문 상공서 행사 열기로

광복 70주년을 맞아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이 독도 상공에서 이벤트를 벌이려 했지만 외교부의 반대에 막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이 11년째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방위백서를 펴내고 있는데도 정부가 굴욕적 대응으로 일관해 비판이 커지고 있다.

1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국방부와 광복절 경축식을 총괄하는 행정자치부는 블랙이글 T-50 편대가 15일 독도 상공에서 태극무늬를 그리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욕이 여전한 독도에서 ‘태극’이라는 상징물을 동원한 퍼포먼스로 광복 70주년이 갖는 주권회복 의미와 자주국방 의지, 공고한 독도 영유권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국방부는 매년 열리는 해병대의 독도 상륙훈련을 앞두고 일본을 의식해 신중모드로 일관하며 조심스러워했지만 이번에는 태도를 바꿔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지난 7월 방위백서 발표 직후 “독도에 대한 우리 주권을 빈틈없이 수호해 나갈 것”이라며 독도의 영토, 영해, 영공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하지만 청와대를 중심으로 블랙이글의 축하비행에 대한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외교부가 강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올해 수교 50주년을 맞아 가뜩이나 한일관계가 민감한 상황에서 독도를 부각시켜 불필요하게 일본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청와대도 주저했고 결국 국방부와 행자부 모두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경축식 행사 관계자는 “온 국민이 경축하는 대규모 광복절 행사는 10년 마다 열리는데 이번에 못하면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에 따라 주최측은 광복절 행사 당일 독도 대신 광화문광장 상공에 블랙이글을 투입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지상과 하늘에서 동시에 경축행사를 진행하는 방안이다. 축하비행에서는 ‘70’숫자와 태극무늬 등 다양한 형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블랙이글이 서울 도심 상공에서 비행을 하는 것은 2010년 9월 서울수복 60주년 기념행사 이후 5년 만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15일 행사와 관련해 계획을 통보받거나 협의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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