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 법무부 명단대로 이뤄질까

입력
2015.08.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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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명단엔 재벌 총수들 포함

靑 '기업범죄 무관용' 걸려 멈칫

김승연 유력, 최태원은 안갯속

박근혜 정부 들어 두 번째 특별사면이 광복절을 맞아 단행될 예정인 가운데, 사면대상 범위와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8ㆍ15 특사의 명분이 ‘경제 살리기’라는 점에서 최태원(수감 중) SK그룹 회장과 김승연(집행유예) 한화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도 대거 사면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대선 공약인 ‘기업범죄 무관용, 사면권 제한’ 원칙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는 데다, 최근 롯데그룹 사태로 재벌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아 박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법무부는 당초 10일 오전10시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사면대상자와 사면 규모 등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이후 11일 정기 국무회의를 통해 특사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3일 특사 관련 ‘원 포인트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사면심사위 일정도 유동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면심사위원들은 법무부에서 “주초에는 (사면심사위에 참석할) 시간을 비워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법무부가 함구하고 있는 특사 명단은 사면심사위가 열리기 직전에 위원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법무부가 준비 중인 특사 명단에는 최 회장과 김 회장, 구본상(수감중)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 재벌 총수가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수감 중) SK그룹 수석부회장과 구본엽(수감 중) 전 LIG건설 부사장 등도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다. 또, 4대강 사업 등에서 입찰담합 혐의가 적발된 건설사들에 대해 공공입찰 참여 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도 반영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법무부는 ‘형기의 3분의 2 이상 복역하지 않은 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자’ 등은 제외한다는 원칙을 갖고 대상자를 선별해 왔다. 하지만 청와대가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건국 70주년을 맞아 이번 8ㆍ15를 국민 대통합의 계기로 삼겠다는 기조를 보이면서 방향을 선회했다고 한다. 음주운전 초범을 포함, 특사 규모가 역대 최대인 2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유죄가 확정된 정치인은 배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특사 대상에 포함할 경우 내년 4월 총선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특사의 최대 관심은 김승연, 최태원 회장 등 재벌 총수의 포함 여부다. 일단 김 회장은 집행유예가 확정된 데다, 범죄사실도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법원이 판단했다는 점에서 사면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외환위기 시절 부실 계열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배임죄를 저지른 데 대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기업주가 회사 자산을 자신의 개인적 치부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한 전형적 사안과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었다. 최 회장은 김 회장의 경우와 차이가 있어 아직 ‘안갯속’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관례상 법무부는 특사 대상의 범위를 최대한 넓게 해 청와대의 선택 부담을 덜어주는 형식을 취해 왔다”며 “역대 대통령들은 법무부가 올린 특사 안에서 일부를 선별하거나, 전부를 수용해 특사를 단행하곤 했다”고 말했다. 현재 알려지고 있는 법무부의 특사 명단이 곧 정부의 최종 특사 대상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어, 아직은 특사 대상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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