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메르스 부실 대응은 지휘 분산 탓”

입력
2015.08.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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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지휘체제를 이원적으로 구성, 재난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3일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 요청에 따라 작성한 ‘메르스 사태로 본 재난대응체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조사 분석 보고서’를 통해 재난지휘 체제의 혼선이 메르스 부실 대응과 혼란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주관 부처가 사고수습을 담당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구성하고 국민안전처는 해당 재난에 대한 총괄조정기능을 수행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꾸리도록 했다. 하지만 5월 20일 메르스 환자의 국내 유입이 확인된 후 보건복지부는 같은 달 28일 중수본이 아닌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메르스 본부)’를 구성했다가 6월2일 본부장을 장관으로 격상했을 뿐이다. 국민안전처도 중대본 대신 6월3일 7개 부처와 함께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범대본)’를 만드는데 그쳤다.

입법조사처는 “메르스 본부는 중수본 이전 단계 기구이고, 범대본 역시 비상 기구”라며 “국가재난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수본 및 중대본이 가동되지 않은 채 이전 단계 수준의 사고 대응체제로 대응했다”고 결론지었다. 정부의 미온적 대응은 재난 상황을 ‘주의’ 단계로 설정한 탓이 컸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부는 메르스 재난 상황을 격상할 경우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끝까지 주의 단계를 유지했다.

입법조사처는 과도 체제인 메르스 본부와 범대본도 각각 동급의 복지부 장관과 안전처 장관장이 본부장을 맡으며 서로 다른 명령기관 및 보고 체계가 존재해 비효율성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이원적 재난대응 체제를 유지하되, 중대본 수장을 국무총리로 단일화해 중수본을 지휘하고, 안전처 장관은 중대본 간사로서 총리 역할을 뒷받침할 것을 권고했다. 유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중대본이 재난 컨트롤타워라는 인식이 강해졌지만 명확한 지휘ㆍ지원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메르스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며 “개별 재난 대응기관이 책임을 갖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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