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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의대 안가고 미술하고 싶어요" "그럼 계획을 짜보자"

입력
2015.06.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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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은 긍정적 답변 받아

부모에게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 보는 실험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 B고 1학년 세영이(16ㆍ가명)는 어머니에게 “의대 안 가고 미술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세영이는 중학교 때 병을 앓다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를 보고 의사의 꿈을 키웠다. 현재 최상위권 성적의 자타공인 ‘의대 지망생’이다. 평소 어머니는 “원하지 않으면 의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며 “언제든지 다른 직업을 선택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세영이는 “그런 엄마의 진심이 궁금했다”고 실험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6일 실험에서 세영이는 머뭇거리며 “엄마 나 할말이 있어”라고 말을 꺼냈다. “나 의대 안 갈거야. 미술하고 싶은데 그래도 돼?” 어머니는 담담하게 “왜 미술하고 싶어졌어?”라고 물었고 세영이는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미술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그래? 그럼 미술학원에 다녀야 하나? 오늘부터 갈까? 같이 앞으로 계획 잘 짜보자”라고 답했다.

실험 후 세영이는 “의대에 가지 않겠다고 하면 엄마가 실망할 걸로 생각했는데 정말로 내 생각을 지지해주셔서 죄송했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실험이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엄마랑 둘이 펑펑 울었다”는 세영이는 “가끔 미술을 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이젠 멋진 의사가 돼 엄마가 평생 건강하게 살도록 해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실험 참가 학생 19명 중 부모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학생은 8명이었다. “엄마 아빠 마음에 안들더라도 내 마음대로 꿈을 가져도 되느냐”는 성우(가명)의 물음에 어머니는 “네가 즐길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고 답했고, “음악 작가나 애니메이션 음악 감독이 돼 사무실을 차리고 싶다”는 소연(가명)이에게 아버지는 “좋아, 좋아. 아빠가 사무실 경비하면 되겠다”고 흔쾌히 허락했다.

이과인 영창(가명)이가 “수학이 어려워 문과로 전과하고 싶다”고 말하자 이과 출신인 영창이의 부모는 “갈 수는 있는데…. 엄마 아빠가 모두 이과 출신이라 잘 도울 수 없을 것 같아. 수학은 어디가 어려운 거야? 한번 말해보지 않을래?” 라고 답했다. 영창이는 당황하는 부모님 모습에 실험이었다는 사실을 곧 고백할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수학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울 뻔 했다”고 말했지만 영창이는 “이제 와서 진로를 바꾼다는 것은 심각한 일인데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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