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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28.7% ‘아기를 낳는 것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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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인 약사 최효민(39ㆍ여ㆍ가명)씨는 곧 사십줄에 접어들지만 결혼할 생각이 없다. 400만원가량인 월급으로 부모님 용돈과 오피스텔 월세를 내고, 나머지는 모두 자신만을 위해 쓴다. 약국에 고용된 ‘페이 약사’로 1년 정도 일하고, 유럽 등으로 장기 해외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최씨는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아이나 남편에게 구속돼 있는 것 같다”며 “결혼이라는 틀 속에 갇히는 게 싫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더 이상 ‘나이가 차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낳고, 자녀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의식도 사라지고 있다. 가정보다는 개인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삶을 선호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개인화 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여론ㆍ소비자 조사 기업인 한국리서치의 TGI(Target Group Index) 데이터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사회가 급속도로 개인화된 세태를 보여준다. TGI는 매년 한국리서치가 전국 13~69세 소비자 1만명을 개별 면접해 조사한 데이터다.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가정보다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2005년 29.7%에 불과했으나 2014년에는 55.1%로 크게 늘었다. ‘가족이 나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국민도 2005년엔 10명 중 6명(59.7%)꼴이었지만 점차 줄어 작년에는 10명 중 5명(53.6%) 수준으로 줄었다. 또 ‘아기를 낳는 것은 나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는 사람도 같은 기간 17.7%에서 25.3%로 늘어났다.
반면 가족에 대한 끈끈함이 옅어지면서 개인의 여가활동이나 현재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변화가 눈에 띈다. 2005년 ‘돈을 벌기 위해 여가활동을 희생할 수 있다’는 응답자는 44.4%였으나 작년에는 36.7%로 줄었다.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 현재의 삶을 즐기겠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38.9%에서 41.4%로 증가했다.
젊은 층일수록 이런 추세는 뚜렷해진다. 작년 조사에서 ‘가족보다 사회의 인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20대는 57.1%로 연령별로 비교할 때 가장 높았다. ‘아기를 낳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연령대도 20대가 28.7%로 가장 두드러졌다. 국민 27.5%가 ‘결혼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20대는 이 비율이 33.7%까지 치솟았다. 2014년 조사때 40대 이상의 절반 가량은 ‘자식을 위해 나를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30대와 20대는 각각 43.3%, 34.4%만 그렇다고 답했다. 취업난 등으로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20~30대 ‘삼포세대’의 현실이 단적으로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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