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메르스 대책 팔 걷은 서울시 "정부 못 믿겠다"

입력
2015.06.05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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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감염 의사 동선 등 정부로부터 정보 공유 못 받아"

복지부 "서울시와 협의" 반박...감염 의사 "증상 없을 때 집회 참석"

그동안 정부가 주도하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방지에 보조적 역할을 담당했던 서울시가 4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독자적인 확산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의 시민 접촉과 관련해 정부가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미온적인 조치로 불안감을 키운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정부의 대응과는 별도로 메르스에 대한 적극적인 확산 방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S종합병원의 의사가 증세가 나타난 후인 지난달 30일 병원 내 심포지엄과 가족 식사, 1,500여명이 참석한 재건축 조합 총회 등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사가 증상 발현 이후 여러 곳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돼 관련 정보를 정부에 요청했지만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추가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사실공표 및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면서 “이를 매우 엄중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시민의 안전과 삶을 보호하는 일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후 복지부가 1,565명에 대해 수동 감시를 하겠다는 의견을 보내왔지만 정부의 대책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 확진 환자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는 등 독자적인 대책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미온적인 조치로는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는 판단에 해당조합으로부터 명단을 입수했다”면서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명단을 제출했고 정부는 관련 자료에 대한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우선 이들 1,565명 전원에 대해 강제적으로 외부출입이 제한되는 자택격리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또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당 의사의 동선을 공개하고, 시민들이 가택격리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할 계획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런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 “4일 이전에 서울시와 긴밀히 협의하며 정보를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서울시에서 명단 확보가 어려운 경우 복지부가 경찰 협조를 구해 확보하겠다고 했다”며 “서울시가 대책을 요구했는데도 복지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또 “메르스 감염 의사는 초기에 증상이 경미했고, 모임 성격상 긴밀한 접촉이 아닌데다 오랜 시간 만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규모 인원에 대한 격리조치 등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조합원 명단 확보 후, 메르스 주의사항을 안내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메르스 감염 의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월 29일에는 증상이 없었고,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사실도 5월31일에야 알게 됐다”며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조합 총회와 심포지엄에 갔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증상이 시작된 것은 5월31일 낮부터이고 강남구 보건소에 전화해 검사를 받았다”며 “병원과 상담 끝에 5월 31일 밤 9시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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