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메르스 발생 병원, 지역정보 등 이제는 공개해야

입력
2015.06.03 17:01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하고 3차 감염마저 확산되면서 사회 전반에 ‘공포의 연쇄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에서 200개 학교가 휴업에 들어갔고 다중이용시설을 찾는 이들의 발길도 줄고 있다. 특히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역과 병원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하게 퍼져나가면서 불안감이 끝도 없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감염자 발생 지역과 환자가 머문 병원 이름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공개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름을 공개할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나 이용자들이 불필요하게 오해를 받거나 과도한 불안감이 조성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병원 실명이 공개되면 환자들의 진료거부와 퇴원 등으로 이어져 혼란이 가중될 거라는 보건당국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병원들도 이런 시각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메르스가 초기 단계이고 정부가 사태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이런 주장이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단계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미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많고 전염력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 이상 ‘비밀주의’방식은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괴담을 낳고 그 것이 더 큰 불안과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메르스가 병원 밖을 벗어나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공개할 필요성이 없다는 정부의 주장도 여태껏 잘못 대처해온 보건당국의 행태를 보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

지난해 유사한 상황을 경험한 미국은 초기에 대부분의 정보를 공개하면서 신속히 사태를 수습했다. 지난해 9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첫 에볼라 환자가 발생하자 병원과 환자 이름, 주거지 등을 알린 뒤 곧바로 주변인들을 격리시켰다. 미 보건당국은 지난해 5월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환자의 동선과 진료병원, 치료 경과 등 모든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했다. 한국인 메르스 감염자의 입국으로 곤욕을 치른 홍콩은 한국 정부로부터 발병 병원 명단을 받아 자국민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는 마당이다.

현 상황은 보건당국뿐 아니라 국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위중한 단계에 와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관련 정보가 신속히 공개돼야 한다. 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82.6%가 발생 병원과 지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여야도 어제 한 목소리로 발생 지역과 병원 공개를 촉구했다. 보건당국은 공개 불가 원칙을 끌어안고 있을 게 아니라 정보 공개 이후 예상되는 해당 병원이나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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