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청정 강원도 ‘격리병상 못 내줘’, 메르스 지역이기주의 논란일 듯

입력
2015.06.03 16:54
구독

중동호흡기증후권(메르스)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는 강원도가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를 수용할 격리 병상을 확보해 달라는 보건복지부의 요청을 거절했다.

강원도는 지난 1일 보건복지부가 보낸 ‘메르스 환자 등 격리병상 활용’에 대한 협조 공문에 대해 ‘지역에 소재를 둔 환자가 아닌 경우 격리병상을 내줄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3일 밝혔다. 복지부는 공문을 통해 거주지역과 관계없이 메르스 환자 병상 활용 요청 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혹시 모를 메르스 환자 확산에 대비해 병상을 확보해 놓고 있어야 한다”는 게 강원도가 거절 의사를 밝힌 표면적인 이유다. 강원도 보건부서의 한 관계자는 “환자가 갑자기 나오는 등 만일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고, 메르스 확진 환자가 들어오면 의료진도 격리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어 요청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강원도가 “메르스 환자가 이송되는 것 만으로 확산의 위험이 생기기 때문에 정부의 요청을 거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격리 병상이 절대 부족한 복지부로선 제2, 제3의 강원도가 나올 경우 메르스 방역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강원도는 지난달 31일과 이번 달 1일 2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했으나, 모두 음성으로 판정돼 이날 오후 현재 ‘메르스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도는 원주와 강릉에 병실의 공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게 흡수해 배출하는 음압시설을 갖춘 28개 격리병상을 확보해 놓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신모(44ㆍ춘천시 후평동)씨는 “환자이송에 따라 여러 명이 위험에 노출돼 이동을 자제해야 한다”며 “자치단체가 지역주민들을 먼저 보호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춘천시민 김모(37)씨는 “국가적인 비상사태인 만큼 거주지를 기준으로 ‘내 환자, 네 환자’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옳지 못하다”며 이 같은 논란이 자칫 ‘메르스 지역이기주의’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