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닫고 귀 막은 복지부

입력
2015.06.0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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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공개 요구엔 "확인 못해줘" 반복

격리 환자 늘어도 "심각한 수준 아냐"

사망 시간 오류에 대변인실 폐쇄까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공용브리핑룸에서 메르스 관련 관계부처 회의 결과 및 향후 대책에 대해 브리핑한 뒤 굳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공용브리핑룸에서 메르스 관련 관계부처 회의 결과 및 향후 대책에 대해 브리핑한 뒤 굳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망자가 지난 1일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보건당국은 관련 내용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사망자 발생으로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이 극에 달했는데도, 확진 환자의 추가 사망 사실도 하루 넘겨 발표하는 등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다.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고 강조해,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상황 판단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일 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에 따르면 첫 번째 메르스 사망자 S(57)씨는 1일 오후 4시쯤 사망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오후 6시30분쯤 한 통신매체가 S씨의 사망 사실을 보도했고, 취재진이 사실 확인을 요청했는데도 복지부 대변인과 관계자들은 “확인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회피하거나 아예 연락을 끊었다.

오후 7시가 돼서야 기자들에게 “보건당국은 첫 번째 메르스 환자와 B병원에서 접촉한 적이 있는 의심자가 오후 6시쯤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며 “이에 대한 역학 조사와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지하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사망한 지 3시간이나 지난 시점에 그나마도 잘못된 사망 시간을 밝힌 셈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던 사망자의 메르스 검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이날 오후 2시 S씨의 검체를 채취했고, 메르스 유전자 검사에 통상 7~8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밤 12시 이전에는 검사 결과가 나와야 했다. 결과는 S씨의 사망 원인이 가려질 아주 중요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보건당국은 언론과의 소통 창구인 복지부 대변인실의 문을 걸어 잠근 채 관련 내용에 대해 함구했다. 복지부는 오후 9시30분쯤 “S씨 검체에 대해 보다 철저히 분석할 예정이어서 결과 확인 시점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알렸고, 다음달 새벽 4시20분에야 S씨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2일 오전 여섯번째 확진 환자인 F(71ㆍ남)씨의 사망 사실도 함께 발표했는데, 확인 결과 그의 사망 시점은 전날 밤 11시15분이었다. 메르스 확진 환자의 사망 사실을 5시간이 지나서야 공식 발표한 것이다.

권준욱 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사망이 인지된 시점에서 확인을 하고 몇 가지 자료를 한 번에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메르스 발병 이후 환자 및 격리자 현황, 발생지역 정보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감염이 의심되는 격리 대상자의 경우 지난달 29일 127명이라고 발표한 뒤 “수치를 정리 중”이라며 입을 닫았다가, 1일 취재진의 거듭된 요구에 5배 이상 증가한 682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복지부의 ‘깜깜이 행정’때문에 국민들의 공포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주부 정인경(32)씨는 “정부가 사망자나 3차 감염자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정부 발표 외에도 사망자나 격리되지 않은 환자가 더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며 “낙타고기나 낙타유(Camel milk)를 먹지 말라는 식의 발표 말고, 정확한 감염경로와 발생 지역, 병원 정보 등 국민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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