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 메르스 치사율 39%… 사스의 4배

입력
2015.06.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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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들 "국내 의료 수준 높아

중동처럼 치사율 높지 않을 것

고령자·당뇨병 환자 등 주의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 2명 사망으로 첫 확진 이후 열흘 이상 유지해온 ‘치사율 0%’가 깨지면서 메르스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메르스 치사율 40%대는 보건환경이 열악한 중동 지역의 상황일 뿐”이라는 우리 보건당국의 설명이 무색해졌다. 당초 보건당국은 메르스 환자 1명 당 0.6~0.8명을 감염시켜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던 셈이다.

메르스 첫 발병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의 합동 연구팀이 지난해 8월 ‘국제일반의학저널(IJGM)’에 발표한 ‘사우디 발생 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의 역학 분석’에 따르면, 2013년 6월부터 2014년 5월 사우디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 425명 가운데 120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39%를 보였다. 한 때 공포의 감염질환이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치사율이 10%였던 것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최근 큰 이슈가 됐던 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한 사망률 50%와 견줄만하다. 더욱이 메르스를 일으키는 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를 고칠 치료제뿐만 아니라 백신도 없어 호흡기 증상 치료를 통한 회복에 기대야 했던 상황이다. 당시 환자 425명 가운데 확진 사례의 약 30~40%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최근 큰 이슈가 되었던 에볼라 바이러스의 사망률 50%와 견줄만합니다. 한때 공포의 감염 질환으로 뉴스를 장식했던 사스가 10% 정도의 치사율을 나타내니, 메르스의 위력이 무시무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확진 사례의 약 30~40%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최근 큰 이슈가 되었던 에볼라 바이러스의 사망률 50%와 견줄만합니다. 한때 공포의 감염 질환으로 뉴스를 장식했던 사스가 10% 정도의 치사율을 나타내니, 메르스의 위력이 무시무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이 31.7%(135명)로 가장 많았다. 45~59세는 25.2%(107명), 30~44세는 24.9%(106명), 15~29세는 15%(64명)인데 비해 14세 이하 어린이는 13명으로 3%에 그쳤다.

전문의들은 계속해 국내 의료 수준으로 볼 때 메르스가 중동처럼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의료 수준이 중동에 비해 높아 중동처럼 40%의 치사율을 보일 정도로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이능력이 뛰어나지 않아 바이러스 변이가 생기지 않는 한 환자가 대량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전문의들은 다만 고혈압, 당뇨병, 부정맥 등 기저(基底)질환이 있는 고령자일수록 메르스에 의한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환자 가운데 사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은 고령자와 만성 폐질환자, 신장질환자, 당뇨병 환자 등”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따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오후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대상자 전체를 파악해 밀접 접촉자 중 50세 이상 만성 질환자는 원칙적으로 시설 격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또 “메르스 환자와 접촉하지 않은 경우라도 항생제가 듣지 않는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 기저질환을 가진 50세 이상 폐렴 환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전수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전문의들은 중동지역 메르스 환자들도 모두 지역사회 감염이 아닌 병원 내 감염인 만큼 대책은 마련하되 확산 가능성은 낮은 만큼 너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메르스 이전에도 기저 질환자에게 바이러스성 폐렴은 매우 흔했다는 것은 연구를 통해 검증됐다”며 “메르스가 확산되는 것을 직시해야겠지만, 공포심을 갖기보다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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