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느님도 합류… 날개 단 종편 예능

입력
2015.06.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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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새 예능 출연 확정

변화에 대한 갈증 작용

강호동도 시간문제 중론

"지상파 위기감 커질 것"

‘국민 MC’ 유재석이 8월 방송 예정인 JTBC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결정, 지상파 외 방송에 처음으로 진출한다. MBC 제공
‘국민 MC’ 유재석이 8월 방송 예정인 JTBC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결정, 지상파 외 방송에 처음으로 진출한다. MBC 제공

‘국민MC’유재석(43)이 데뷔 후 24년 만에 지상파 방송사를‘탈출’한다. 그는 8월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출연한다고 2일 밝혔다.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한 유재석이 MBC SBS가 아닌 비지상파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강호동 등 톱 MC들의 지상파 탈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지상파 위주 ‘예능 삼국지’가 ‘춘추전국시대’로 더 빨리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신중하기로 유명한 유재석의 종편 도전은 변화에 대한 갈증이 바탕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의 10년 영광을 이끌며 ‘국민 MC’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신규 프로그램 성적은 좋지 않았다. KBS2 ‘나는 남자다’는 평균 5%대 시청률로 고전하다 지난해 12월 막을 내렸고, 현재 방송 중인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도 비슷한 시청률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것도 아니다. 유재석은 KBS2 ‘해피투게더3’에 7년 넘게 출연하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다 새로운 활로를 비지상파에서 찾아 나선 게 아니냐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승한 방송평론가는 “유재석이 자유분방하고 젊다는 느낌이 줄고 중후해진 느낌이 강해졌는데 이는 지상파의 낡고 올드한 예능 플랫폼 안에만 머문 탓도 있다”며 “이번 유재석의 비지상파행은 이를 깰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석의 비지상파 이동은 지상파 예능의 위기를 뜻하기도 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요즘 가장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톱 10에 최근 2년 새 만들어진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은 단 하나도 없었다. 반면 종편과 케이블채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비정상회담’ ‘냉장고를 부탁해’(이상 JTBC)와 ‘삼시세끼’ (tvN) 등이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방송관계자 사이에서는 되레 JTBC와 CJ E&M이 떠오르는 ‘예능 발전소’로 통한다. 새로운 기획을 잇따라 선보이며 예능 트렌드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MBC 등 지상파 방송사에서 주로 인한 15년 차 방송작가 K씨는 “신동엽이 ‘SNL코리아’등 케이블채널에서 활약하며 부활했고, 정형돈이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기로 활력을 얻는 등 동료 방송인들의 비지상파 출연 효과도 유재석에 자극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석의 지상파 탈출은 강호동에게도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 측은 “프로그램만 좋다면 채널에 관계 없이 출연을 검토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비지상파 외출을 검토하고 있는 눈치다. 일각에서는 강호동의 CJ E&M행도 점쳐지고 있다. 강호동과 2007년 KBS2 ‘해피선데이’ 코너 ‘1박2일’에서 연을 맺은 이명한 나영석 PD를 비롯해 이우정 작가 등이 모두 CJ E&M에서 있어 이들과 새 판을 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강호동과 CJ E&M 측은 “논의된 게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시간 문제”라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예능 프로그램 외주 제작사에서 일하는 방송관계자는 “강호동도 ‘별바라기’(MBC) ‘투명인간’(KBS) 등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이어 쓴 잔을 마셔 유재석처럼 곧 비지상파와 손잡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더 이상 지상파 방송사가 ‘유재석 카드’를 독점할 수 없게 됐고, 강호동마저 같은 상황이 되면 방송가 예능 권력 구조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사에 일하다 비지상파로 이직한 한 PD는 “지상파 예능 PD로서 가장 큰 축복 중 하나가 유재석 강호동과 일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며 “그간 지상파가 누렸던 ‘유재석 강호동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위기감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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