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메르스 사태, 다소 과한 선제적 대응도 불사할 때

입력
2015.06.02 17:54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환자가 이틀새 2명이나 숨졌다. 방역 당국이 가능성이 낮다고 누차 강조한 제3차 감염자도 2명 발생했다. 확진 환자는 25명으로 늘었고, 격리 대상자는 750명을 넘어 증가추세다. 이중에는 상태가 불안정한 환자도 일부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속속 현실화하면서 메르스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국가의 관할 통제권을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메르스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메르스 첫 사망자는 지난 달 11일 천식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국내 첫 감염자와 접촉, 상태가 악화했다. 그런데도 이 환자는 보건 당국이 지정한 격리 관찰자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고, 숨진 이후 조사에서 메르스 감염사실이 드러났다. 두번째 사망자도 보건당국의 자가 격리대상에 빠져있다가 뒤늦게 확정 판정을 받고 국가 지정 격리병상에 옮겨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보건 당국은 2차 감염자를 통한 추가 확산은 없다고 큰 소리 쳤지만, 2차 감염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환자들 중에서 3차 감염자가 나왔다. 초기 대응서부터 이후 확산방지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호언은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다.

정부능력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면서 국민 스스로 자구책을 찾으려는 심리적 공황이 휩쓸고 있다. 경기, 충북의 일부 초등학교가 휴교에 들어갔고, 수학여행을 취소한 학교도 속출하고 있다. 여행이나 단체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관련 업계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극장 백화점 등도 메르스 여파가 고객 감소로 이어질 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태가 조속히 수습되지 않을 경우 여름 휴가철 소비악화로 이어져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해외 관광객들의 한국 기피 현상도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인 300여명이 이미 한국 여행을 취소했고, 추가 취소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한국 여행을 다녀온 입국자에 대한 공항 검역 강화를 검토 중이다. 중동을 거점으로 한 수출입에도 비상이 걸렸다. 방역 당국의 안일한 자세가 가져온 폐해가 너무도 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현재 ‘주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국가방역체계를 ‘경계’로 격상하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아직 타 지역 확산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보건노조 측은 이미 전국적 차원의 확산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계’ 단계에서는 검역인력 보강 등 보다 강도 높은 수준의 조치가 이뤄진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초기부터 번번이 뒷북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 여전히 형식적인 논리에 갇혀있을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과잉조치까지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거의 재난 수준으로 급속히 번져가고 있는 국민의 불안심리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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