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전염성 알려진 것보다 강하다?

입력
2015.06.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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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감염 3명, 첫 환자와 같은 병동

이동 중 발생 침ㆍ가래 통해 전파 추정

메르스 감염환자가 입원했던 수도권 한 병원의 1일 오후 모습. 이 병원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후 보건당국이 중환자 4명을 옮길 병원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격리 대상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메르스 감염환자가 입원했던 수도권 한 병원의 1일 오후 모습. 이 병원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후 보건당국이 중환자 4명을 옮길 병원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격리 대상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전염 경로와 전파력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1일 확진 판정을 받은 추가 감염자 3명은 최초 환자 A(68)씨가 3일 간 입원했던 두 번째 병원(B병원)에서 감염됐다. 확진자 18명 중 무려 15명이 A씨와 같은 병실ㆍ병동에서 ‘2차 감염’을 통해 환자가 된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들 모두 A씨가 병원 안에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말(침이나 가래 등 입자가 큰 분비물)을 통해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첫 환자가 좁은 2인실에서 옆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했고, 3일간 입원하며 검사 받기 위해 병동 복도를 다니다 기침과 재채기를 하고 다른 환자들과 접촉하면서 추가로 감염자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폐렴 때문에 기침 증상이 있던 첫 환자가 엑스레이나 CT(컴퓨터 단층촬영)를 위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1~2m 거리에서 전파되는 비말 감염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추정으로, 보건당국은 정확한 감염 경로 파악을 위해 정밀 역학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호흡기 질환자에 대한 병원의 부실한 치료 방식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밀집된 공간에서 호흡기 환자들의 이동을 무방비로 방치하고, 면회 제한도 없던 우리나라 병원들의 안일한 운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밀접 접촉자만 감염된다는 메르스의 특성을 감안할 때 첫 환자가 ‘슈퍼 전파자’ 일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김우주 이사장은 “첫 환자가 슈퍼 전파자로 변이가 생겼다면 이미 그가 바이러스에 노출됐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역 사회는 메르스가 광범위하게 번졌어야 하는데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한편 감염된 일부 의료진도 보호장구 착용 없이 관찰 또는 시술하다 가운, 메스, 청진기 등에 비말이 묻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확진 환자 18명은 음압(공기차단)시설이 있는 격리병상에서 치료 받고 있으며, 의료진들은 고글이나 마스크, 덧신 등을 착용해 환자가 기침을 해도 안전하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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