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부 마비는 없을 것" 불끄기

입력
2015.05.31 19:04

靑 반발ㆍ당청 갈등 진화에 부심

조해진 수석부대표 "시행령 개정 요구,

정부가 응하지 않아도 강제규정 없어"

"野 합리적 요구는 수용해야" 주장도

새누리당은 31일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 요구권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청와대의 반발을 진화하는 데 부심했다. 당청갈등이 악화할 경우 ‘비주류 투 톱’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데다 6월 임시국회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대야 협상력도 크게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국회법 개정이 불가피했다는 점과 실제 적용 과정에서 청와대가 우려하는 정부 마비는 없을 것임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청와대 입장에선 당청간 소통이 미흡했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또 다시 무산될 경우 개혁의 동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해 당 지도부가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시행령) 개정을 요구해도 정부가 응하지 않았을 때 장관 해임이나 법 위력 정지 등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마무리하기 위해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지만, 그렇다고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는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마냥 청와대를 향해 낮은 자세만을 취하는 것 같지만은 않다. 한 핵심당직자는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해 야당의 합리적인 요구는 수용하는 게 맞다”면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만 해도 논란이 컸고 이전에도 ‘법 위의 시행령’이 도마에 오른 적이 많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몽니’를 받아들여준 게 아니라 입법 취지를 무시하는 시행령 남발에 제동을 걸 필요에 공감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조 원내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검토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지난 29일 가결된 정족수로 보면 좀 고민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이 법안에 대해 폐기 수순을 밟게 되면 야당이 강력 반발하게 되고 청와대와 야당, 여당과 야당의 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청와대나 친박계의 주장대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재적 2/3를 넘는 재의결이 가능할 것이고, 이 경우 당청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일종의 경고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시도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ㆍ친박계의 반대로 연금 개혁안 합의가 무산됐던 4월 국회 때의 상황이 반복될 경우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실상 정치적 발언권을 잃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적지 않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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