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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이동의 매서운 후폭풍

입력
2015.05.26 14:03
수정
2021.12.20 17:12

원인 다양한 인구문제 특효약 없어

지방ㆍ도시 출산율 차이 큰 데 착안

인구이동 흐름 바꾸는 것 생각해야

문제는 인구다. 인구는 많든 적든 늘 문제다. 많을 땐 줄이도록, 적을 땐 늘리도록 사회적 정책압력이 커진다. 한국은 1995년까지 인구 억제에 초점을 두었다. 산아제한정책이 그렇다. 덕분에 중국과 함께 드물게 가족계획사업에 성공했다. 모범적인 정부주도형 한국모델 중 하나다. 다만 너무 나갔다. 1955~59년 평균 6.33명이던 출산율이 1995년 1.57까지 내려앉았다. 과유불급, 인구유지 불능 수준이다. 그런데도 2004년이 돼서야 겨우 인구감소에 주목해 출산정책을 변경했다.

한국은 인구정책 초보단계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더 늙고 덜 낳는 국가라는 데도 인구감소 대응 역사는 10년이 못 된다(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거액예산ㆍ장기추진 등 정책 실행의 현실 동기가 적은 탓이지만 무책임ㆍ무정형의 뒷북행정 혐의도 지울 수 없다. 그 결과가 ‘인구소멸 최초 국가’ 운운의 해외 염려다. 실은 늦을 때가 빠르다. 지금이라도 진정성을 갖고 나서면 인구 충격의 후폭풍은 줄어든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을 막자면 주도면밀한 정책이 필수다. 그래야 늦어도 빠른, 투입 대비 산출 효과가 보장된다. 인구문제의 등식은 ‘저출산+고령화=인구감소’다. 확전 논리는 세대 부양의 구조 붕괴다. 맞물린 거시 악재가 저성장ㆍ재정난이다. 와중에 인구병(人口病)은 시작됐다. 정책 항목ㆍ시점을 정밀하고 치열하게 고민ㆍ실행해야 하는 이유다. 성장 정책ㆍ연금 개혁 등과 직결된 인구 추계의 신뢰 확보도 특히 시급하다.

진단이 옳아야 처방이 먹힌다. 그래야 치료 순서가 정확해진다. 인구 문제는 원인이 부지기수다. 정도 차이, 시간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증상 악화의 통증 변수다. 만병통치의 주사 한방은 당연히 없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애지중지 대한들 개화시기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인구정책은 곧 인내정책일 수밖에 없다. 반면 그때그때, 아전인수식 단편 접근은 정책 필패의 지름길이다. 앞뒤 다 생략한 채 무조건인 출산 장려의 반복도 허울 좋은 슬로건일 따름이다.

추세대로라면 인구감소는 막을 수 없다. 최선책은 감소세의 하방경직성 확보다. 적어도 덜 줄어들도록 저지장치를 설치ㆍ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핵심은 인구이동이다. 여론은 대개 청년인구의 출산연기ㆍ포기에 따른 인구감소에 함몰될 뿐 인구이동에 관해서는 정작 관심이 낮다. 이는 명확한 판단착오다. ‘지방→도시’의 인구이동이 결국 인구감소를 더 부추기기 때문이다. 출산의 90%를 맡는 20~39세 여성이 학업ㆍ취업을 위해 도시블랙홀로 흡수되는 게 더 큰 문제인데 아쉽게 주목도는 낮다.

인구문제의 원천 해결에 시간이 걸린다면 우선은 인구이동의 흐름 변경에 정책 방점을 찍는 게 현실적이다. 2013년 한국출산율은 1.19명이다. 전남(1.51명)은 서울(0.96명)보다 확실히 높다. 지방이었다면 낳을 아이를 서울이라 안 낳는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서울의 출산ㆍ양육환경이 열악해서다. 이미 서울ㆍ수도권 인구비율은 50%에 육박한다. 일본(30%)보다 높다. 호구지책용 도시집중 압력이 반영된 결과다. 또 인구이동은 이중적이다. 살인적인 거주 비용의 서울 인구는 줄어들고 도넛 현상에 따른 수도권 인구과밀은 더 격해진다. 도심형 이중구조의 새로운 문제제기다.

출산율 하락은 무차별적이다. 도농 공통의 골칫거리다. 다만 지역별 감소 형태는 사뭇 다른데 정책 초점은 여기에 두는 게 좋다. ‘저출산(지방)→인구이동→초저출산(도시)’의 연결고리를 끊을 필요다. 당면한 인구이동의 대안 마련이 장기 호흡의 논쟁적인 출산 장려보다 먼저다. 연령 구성과 국토 이용의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도 브레이크를 걸 이유는 충분하다. 결론은 건강한 지역 부활이다. 자생적 지역맞춤형 성장 전략으로 지방에서도 취업ㆍ결혼ㆍ출산 등이 먹혀 들도록 직주 환경을 조성하는 게 대표적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안경모 디지털미디어부장
대체텍스트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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