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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광화문 3중 차벽'… 분향까지 막아야 했나

입력
2015.04.1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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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 추모제 과잉대응 논란

버스로 둘러싸고 틈새까지 막아

참가자와 충돌 부르고 교통 마비

광화문광장 가려던 유가족 부상도

경찰 "애도보다 질서 유지 우선"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친 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친 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16일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의 행진을 원천 봉쇄한 것을 두고 과잉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대규모 경찰 인력과 차벽, 경찰버스를 동원해 광화문 사거리와 청계천 일대를 3중 차단한 탓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조문조차 할 수 없었고, 귀갓길 시민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경찰은 이날 전혀 새로운 진압 방식을 선보였다.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추모제가 진행되는 동안 경찰은 동아일보사와 동화면세점 사이 도로 및 청계광장 연결 입구에 버스 40~50대를 동원하고 3.4m 높이의 플라스틱 차단벽을 설치했다. 이 때문에 추모 행사를 마치고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하려던 유가족들의 접근은 불허됐다. 이 뿐이 아니었다. 경찰은 우회진입을 막는다면서 청계천을 따라 청계2가 장통교 부근까지 100여대의 버스와 트럭으로 거대한 ‘산성’을 구축했다. 버스 사이의 작은 틈새는 경찰 130개 중대, 1만여명의 ‘인벽’으로 물샐 틈 없이 막았다.

이날 경찰 대응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와 비교해도 훨씬 위력적이었다. 당시 ‘명박산성’이라 불린 차벽은 광화문사거리를 차단했을 때 처음 등장했다. 이때만 해도 경찰은 주요 동선을 제외한 사잇길은 터줘 시위진압에 따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날은 자정 넘어서까지 3중 방어선으로 서울 한복판을 완전히 가로 막아 종로 일대 교통이 대혼란을 겪었다. 야근이나 식사를 마치고 차벽을 통과하려는 시민과 경찰의 실랑이가 심심찮게 목격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귀갓길 고생담이 줄을 이었다. 한 직장인은 “야근한 것도 억울한데 집회가 마무리된 지금까지 ‘길막질’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유가족과 추모제 참가자, 일부 시민들도 경찰이 단체 분향조차 막아선 것은 군사정권에서나 볼 법한 ‘과잉충성’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대규모 차벽 경비 작전 과정에선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진입로가 막힌 참가자 일부는 청계천 우회로로 진입해 광교와 삼일교 등지에서 경찰에게 계란 등을 던지며 대치했으며, 경찰은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리며 대응했다. 조계사 앞에서는 광화문광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단원고 학생 고 박성복군의 어머니가 넘어지면서 갈비뼈 4개가 부러져 병원에 호송되는 일도 있었다.

경찰은 앞서 “행진 등 신고되지 않은 집회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공언하긴 했으나,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광화문 세종대왕상 주변으로 가상의 선을 정해 폴리스라인을 칠 것”이라고 말해 광화문광장 내 분향소 진입은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었다. 강 청장의 언급과 배치된 작전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차벽 설치 장소에 대해서는 정해진 기준이 없고 현장 상황에 따라 판단해 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별다른 집회 예정이 없는 17일에도 전날과 비슷한 규모의 경찰 인력과 버스, 플라스틱 차단벽 등을 광화문 일대에 배치해 놓고 긴장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찰은 이날 차벽을 파손하려 했거나 경찰관에게 격렬히 저항한 집회 참가자 10명을 연행해 강서경찰서에서 조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민들의 애도 심정도 이해하지만 질서유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주말을 맞아 대규모 추모 행사가 예정된 18일에도 차벽을 동원한 전면 차단에 나설 방침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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