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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파동 유탄 맞은 국세청

입력
2015.04.0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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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정부가 발표한 연말정산 분석 결과는 무려 납세자 1,619만명의 근로소득 지급명세서에 대한 전수조사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실무자 입장에선 보통 까다롭고 품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세금 관련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격무에 시달리다가 서로에게 야속함을 느끼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평소 두 기관은 부딪칠 일이 별로 없습니다. 기재부 세제실은 세금 제도를 만드는 곳, 국세청은 만들어진 제도를 바탕으로 세금을 걷는 곳으로 업무 범위가 명확히 나눠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말정산 파동의 여파로 사상 처음 지난해 납세정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게 되면서 애매한 부분이 생겼습니다. 납세정보 전수조사가 정책부서(기재부) 담당이냐, 집행부서(국세청) 담당이냐는 건데요. 전수조사란 결국 보완대책을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측면에서 기재부 업무 범위에 속하지만, 이미 집행 단계를 거쳐 실제로 걷힌 세금에 대한 사후 분석이라는 차원에서 국세청 업무와도 밀접합니다.

결국 정부와 새누리당이 세법개정 효과를 분석하는 주관부처로 기재부를 명시하면서 전수조사의 최종 책임은 기재부 몫이 됐습니다.

하지만 국세청도 ‘유탄’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세금 효과를 분석하려면 납세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데 관련법상 납세정보는 국세청만, 그것도 극소수의 직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외부 반출도 안 됩니다. 때문에 기재부 직원들이 국세청으로 출근해 국세청 직원들과 함께 전수조사 작업을 벌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협업이라고는 해도 일을 대하는 두 부처의 마음이 같을 수는 없었나 봅니다. 3월 말 연말정산 분석 결과와 보완대책을 발표하기로 한 상황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재부는 국세청이 좀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분석에 나서주기를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적지 않았습니다. 기재부의 한 직원은 “국세청에 작은 요구를 할 때도 몇 번씩이나 전화를 걸어야만 겨우 일처리가 되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차라리 일부 납세정보에 대한 정보 접근 권한을 기재부가 갖는 게 속 편하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국세청이 바쁜 와중에도 최선을 다해 업무 협조를 해줬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일개 기재부 산하 외청이지만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직인데요. 평소 다른 정부부처를 상대로 파워를 자랑하는 기재부이지만 국세청 앞에서만큼은 조심스러운데요. 이번 납세정보 분석 때도 기재부 고위 간부들이 국세청에 수 차례 전화를 넣어 업무 협조를 간곡하게 부탁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국세청이라고 불만이 없는 건 아닙니다. 법인세 신고기간인 3월은 국세청이 1년 중 가장 바쁜 때죠. 안 그래도 할 일이 태산인데 남의 일까지 떠안으려니 기분이 유쾌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일부 납세자들은 연말정산 서류를 종이에 써서 제출하기도 했는데 이를 시한에 맞춰 일일이 입력하려다가 과로로 졸도한 일선 세무서 직원이 나올 정도로 고생이 많았다는 후문입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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