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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승민 원내대표의 ‘보수 혁신’에 주목한다

입력
2015.04.08 17:29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선언하듯 밝힌 ‘보수 혁신의 꿈’이 신선하다. 그는 어제 취임 후 첫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새누리당은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ㆍ대기업 편이 아니라 고통 받는 서민ㆍ중산층 편에 서겠다”며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라면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세월호 참사 이야기로 연설을 시작한 것부터 파격이었다. 그는 허다윤 양을 비롯한 9명의 실종자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기술적 검토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해야 한다”며 “평택 2함대에 인양해 둔 천안함과 참수리 357호에서 우리가 적의 도발을 잊지 못하듯, 세월호를 인양해 우리의 부끄러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성을 설파하고, 지론인 ‘중부담 중복지’로 가기 위한 조세 부담의 3원칙을 일깨웠다.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 원칙 등이다. 그 연장선상에서“재벌과 대기업은 정부 특혜와 국민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루었다”며 “천민자본주의에서 벗어나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하도급업체 문제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자 여당 전통 노선과의 결별 선언처럼 들린다.

개인적 소회를 곁들인 ‘용감한 개혁’과 ‘진영의 창조적 파괴’주장에서 그의 꿈은 가장 빛났다. 그는 자신이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을 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노력하는 보수”라며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제안했다.

그가 현실 진단과 대안 제시에서 정파적 편향을 얼마나 배제하려 애썼는지는 야당의 반응으로도 이내 확인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 보여준 명연설”이라고 평가했고,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보수가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문제는 그의 보수 혁신 구상이 얼마나 참신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실천 가능한 것인지, 또 여당 의원들이 얼마나 그 변화에 동참할 수 있느냐다. 유 원내대표 자신의 언급처럼, 수도권 의원들은 몰라도 보수성향이 뚜렷한 의원들에게는 소 귀에 경읽기이기 십상이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이 ‘경제정당, 안보정당’을, 정의당이 ‘미래산업정책’을 말하는 등 정치 노선의 변화ㆍ조정이 시작된 마당이다. 여당이라고 과거의 좌표에 안주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라도 유 원내대표의 꿈에 따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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