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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만 가는 가계빚… "백약이 무효" 지적

입력
2015.03.3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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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가계대출, 13년 만에 최대폭 증가… 1분기 주택담보대출 전년比 3.5배↑

2월 가계대출 증가 폭이 1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1분기 전체 주택담보대출은 전년보다 3.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중산층 위주의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지만, 저금리와 규제 완화 등에 편승한 양적 팽창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의 대출채권 및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가계대출은 522조원으로 한 달간 3조4,000억원 늘어 1월(4,000억원) 증가 폭을 압도했다. 역대 2월 중 가계대출 증가액을 따지면 2002년(5조8,000억원) 이후 가장 많다.

가계부채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외환 기업은행 등 7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316조4,539억원에서 이달 말 323조4,876억원으로 올해 1분기에만 7조735억원 급증했다.

통상 1분기는 겨울철 이사 비수기와 연말 상여금 지급에 따른 대출 상환 등이 겹쳐 주택대출이 크게 늘지 않는다. 실제 지난해 1분기 주택대출 증가액이 1조9,846억원으로 2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걸 감안하면 작년의 3.5배에 달하는 올해 1분기 증가세는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다.

대출 급증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건 전셋값 급등에 따른 주택 매수 현상 확산, 1%대 기준금리에 따른 심리적인 대출 부담 감소 등이 맞물린 결과로 꼽힌다. 다음달 1일부터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불안감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게 한다는 일부 분석도 있다.

정부가 24일부터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은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개선을 위해 기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방식이라, 신규 대출 급증으로 인한 양적 팽창은 손 쓸 도리가 없다. 더구나 소득 증가율을 앞지르는 주택대출 총량 확대는 지금처럼 기존 대출을 관리하는 미시적 대응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대출에 대한 적절한 미시적 대응이 성공하기 위해선 대출 심사 강화처럼 각 계층별로 상환 능력 등을 따져 가계부채 총량을 일정 규모 이상 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추가로 20조원이 배정된 2차 안심전환대출은 신청 첫날(30일) 2조2,000억원어치(2만2,000건)가 접수됐다. 1차 대출 첫날(24일)의 절반 수준이다. 1차 대출은 최종 집계 결과, 나흘간 19조8,830억원(18만9,184건)이 소진돼 할당물량(20조원)을 거의 다 소진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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