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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무상급식과 ‘선별적’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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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권력현상이고, 이를 표를 얻기 위한 경쟁이란 의미의 선거정치적 관점에서 본다면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정치쟁점화와 이슈 메이킹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에 이어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으로, 홍 지사가 보수 진영의 결집을 통한 선거정치의 전범(典範)으로 기록될지,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철학 부재의 정치인으로 전락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무상급식 논쟁의 핵심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한 철학과 인식의 차이다. 이 부분이 보수와 진보 진영의 결집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 지점이다. 표의 향배를 논하기 전에 복지국가가 한국 사회의 나아갈 방향이라는 전제에 동의한다면 복지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의미 부여나 개념 정의는 하고 넘어가야 한다.
복지국가란 시장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탈시장화’와 가족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탈가족화’의 두 측면이 있다. 시장이나 가족에 내재하는 원천적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요양·보육·교육 등의 사회서비스와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의 소득보장을 원천적으로 제공한다. 이러한 복지 서비스는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고 시민의 권리이기도 하다. 이는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국가가 사회보장과 사회복지를 증진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 조항에 근거한다. 복지가 시혜적 차원에서 국민에게 나눠주는 개념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복지 재원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보편적 복지에 집착하는 도그마는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선별적 복지가 가진 도그만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무상급식 중단의 선별적 복지 논리라면 초·중학교 무상교육과 65세 이상 무임승차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국민소득 1만5,000달러 수준일 때 케인스주의에 입각한 복지국가에 눈을 뜬 유럽 각국의 복지 축소 논의를 우리의 무상급식 중단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가장 기초적인 분야에서조차 선별적 복지의 프레임으로 접근한다면 포괄적인 복지 개념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모든 분야에서 선별적 복지를 하는 것은 그 자체의 논리적 정합성은 있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보편 복지를 지향해 나가는 복지국가를 성취할 수 없다. 복지재원을 충당하려고 노력하기 보다, 기초복지 재원을 다른 항목에 투자하려는 시도는 복지에 대한 피상적인 철학과 인식에 기인한다.
‘새로운 정책은 새로운 정치를 낳는다’는 샤츠슈나이더의 말이 시사하듯 사회복지정책은 그 프로그램의 수혜자뿐만 아니라 정책을 담당하는 관료들과 사회정의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지지 그룹 등 다양한 세력들로 이루어지는 이해관계자 집단을 창출한다. 정책이 정치를 낳는다는 주장의 핵심이다. 복지국가도 그 자신의 이해관계자 집단을 창출해왔다. 유럽에서 세금을 내는 것을 흔쾌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국가의 복지 프로그램에 대해 헌신과 애착을 보임으로써 복지국가는 유지되어 왔다. 또한 복지의 과부하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지출은 전보다는 느린 속도이지만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증대하는 대중의 기대 수준과 수요의 결과이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의 가장 뜨거운 정치적 쟁점으로 등장할 무상 논쟁이 국가가 공짜로 해 주느냐 마느냐 하는 인식 수준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정치권의 무상 논쟁은 표를 얻기 위한 선거공학 그 자체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무상’이라는 용어의 수정도 고민해봐야 한다. 복지는 공짜란 의미의 무상이 아니다. 국민이 응당 받아야 할 권리이자 국가가 당연히 제공해야 할 의무라는 인식에서 복지에 접근해야 한다. 복지라는 ‘정책’이 통합이라는 새로운 ‘정치’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선택의 문제다.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은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시행착오로 치부될 수 있을까.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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