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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얘기한 듯" 낯 붉힌 문재인-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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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중단 놓고 팽팽한 설전
文 "예산 핑계 의회 뒤 숨지 마라"
洪 "대안을 가져오지 그랬느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8일 무상급식 문제로 정면 충돌했다. 문 대표는 이날 무상급식 지원중단 정책을 설득하기 위해 홍 지사를 찾아갔으나 설전만 벌인 끝에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무상급식 해결 담판이 정면 충돌로
문 대표는 이날 경남 창원 경남도청으로 홍 지사를 찾아 무상급식 담판을 시도했다. 무상급식이 교육적으로 효과가 높다고 말문을 연 문 대표는 “무상급식 문제는 논쟁할 부분이 아니다”며 “해법이 있다면 이야기를 나눠보겠지만 해법이 없다면 그냥 돌아가겠다”고 선공을 날렸다.
하지만 홍 지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도의회에서 이미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서민자녀 교육비로 지원하는데 사용하기로 예산안을 확정했다”며 “국회에서 정해준 예산안을 정부가 집행하는 것처럼 경남도 마찬가지로 도의회가 정해준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도리”라며 반박했다.
이에 문 대표는 짐짓 웃는 표정으로 “천하의 홍 지사가 의회 뒤에 숨는 거냐”고 맞받아 쳤다. 문 대표는 이어 “홍 지사가 의회에 드라이브(영향력)를 걸어서 (도의회가 무상급식 예산을) 결정한 것은 천하가 다 안다”면서 홍 지사의 반박이 궁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홍 지사가 반격에 나섰다. 그는 “그럼 대표께서 대안을 가져오지 그랬느냐”며 대화의 국면을 전환시켰다. 홍 지사는 이어 “중앙에서 대안을 가지고 오면 우리가 어떻게 수용할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을 이어가며 문 대표를 재촉했다. 이에 문 대표는 “(오늘은) 해법 마련을 위해 내가 중재할 길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온 것”이라며 “홍 지사가 다 끝났다는 태도로 교육감과의 만남 자체를 거부하니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응수했다.
일진일퇴의 공방 끝에 회동은 결국 30분 만에 종료됐다. 문 대표는 홍 지사 집무실을 나서는 순간까지 “지금 (홍 지사가) 들어가서는 안 되는 길을, 잘못된 길을 가는 거다”고 날을 세웠고 홍 지사는 “잘못된 길인지는 나중에 가서 판단해봐야 한다”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문 대표는 청사 밖에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하기 직전 “벽에다 대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고까지 했다. 홍 지사 역시 답답한 표정으로 “나도 마찬가지”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예견된 엇박자, 예고된 충돌
문 대표가 이날 홍 지사를 찾은 것은 지난 주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회동에 이은 ‘통합행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표 입장에서는 민생 문제에 있어서는 여당 단체장도 적극적으로 만나겠다는 의지의 행보였지만 민감한 무상급식 주제 앞에서 좌절하고 만 셈이 됐다. 문 대표는 이어진 초등학교 급식 현장 방문에서 “홍 지사가 아예 해법이 없다고 벽을 치니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라며 홍 지사와의 무상급식 논의가 소득이 없었다고 인정했다. 문 대표는 앞서 김해 봉하마을에서 권양숙 여사와 만나서도 “홍 지사도 어릴 때 수돗물로 배를 채울 정도로 어렵게 살아 누구보다 배고픈 서러움을 잘 알텐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 소속 단체장들과의 접촉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문 대표 측은 “민생이나 복지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단체장들과 활발히 소통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창원=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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