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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간 열리는 평창올림픽 급수 위해 600억 댐 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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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숙원사업 해결 명분 불구
"철저한 검증 거쳤나" 비판 일어
SOCㆍR&D 방만 지출… 결산 태만
정부 부처ㆍ지자체 중복사업 여전
실적 없는 위원회 유지비로 펑펑
#. 특성화고 학생들끼리 경합을 벌이게 한 뒤 최종 우승자를 출연한 기업에 취업하게 해 주는 KBS 1TV의 방송 프로그램 ‘스카우트’. 중소기업청은 이 프로그램에 국가 예산으로 회당 4,000만원(제작비의 약 57%)씩 연 20억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예산 편성 이유는 ‘중소기업 인식개선을 통한 인력 유입 인프라 조성’이다. 그러나 출연 기업은 한국철도시설공단(지난달 15일) 에너지관리공단(1월11일) 현대엘리베이터(1월 8일) 등 절반 가량이 중소기업과 무관한 대기업, 중견기업, 공기업이다. 중소기업 지원 예산이 엉뚱한 데 쓰이는 것이다.
#. 수원~광명, 광주~원주 등 공사가 진행 중인 민자고속도로 6곳은 정부가 부담하는 총사업비가 민간과 협약 당시(2007~2010년) 2조1,172억원이었지만 2013년 8월에는 3조9,30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었다. 협약 때 물가와 땅값 상승 가능성을 사업비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데다 민간제안 사업이란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도 피해갔던 탓이다. 그 결과 2012년 6,900억원에 불과했던 민자유치 건설보조금 예산은 올해 1조4,300억원으로 치솟았다.
15일 한국일보가 시민단체의 평가 등을 참고해 올해 예산을 살펴본 결과, 나라 살림에는 여전히 크고 작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방만한 예산 지출을 조장 또는 방치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재정 부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낯 뜨거운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산 낭비가 가장 심한 곳은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에서 세출 절감의 핵심 과제로 꼽힌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다. 예산 편성을 전담하는 기획재정부의 고위 관계자조차 “SOC나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은 내가 봐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배정된다”며 혀를 찰 정도다.
‘평창동계올림픽 급수체계 지원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앞서 강원도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대규모 용수(用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0만톤 규모의 댐을 지어 용수원으로 삼는 방안을 내놨다. 단 17일 동안 치러지는 대회를 위해 600억원짜리 대형 댐을 만들겠다는 발상인데, 지역 숙원 사업을 올림픽을 통해 우회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높다. 그간 해당 지역에 식수전용저수지를 지으려고 했던 평창군은 지방자치단체 관할 업무라는 이유로 국비 지원을 거절 당했지만 이번에 댐이 올림픽 대회시설로 지정되면서 총사업비의 60%인 360억원을 국고로 지원받게 됐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이 그럴싸한 사업을 서로 유치하려 경쟁을 벌이다 비슷한 사업을 중복 추진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현재 대구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로봇산업클러스터’사업과 경남도가 올해 신규 사업으로 편성한 ‘로봇비지니스벨트’는 공히 로봇기술과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취지의 사업이다. 그럼에도 두 사업이 별도로 추진돼 산업통상자원부는 직선거리가 100㎞도 되지 않는 두 지역에 국비 1,621억원과 818억원을 따로 쏟아 붓는 실정이다.
정부부처들이 유사ㆍ중복 사업을 경쟁적으로 벌이다 낭비를 초래하는 경우도 잦다. 산업부와 중기청, 고용노동부는 각각 산업방송(올해 예산 67억5,000만원), 소상공인방송(100억원), 직업방송(53억5,000만원)이라는 케이블TV 방송국을 운영한다. 그러나 이들 방송의 시청률은 고작 0.0008~0.002%. 이렇게 턱없이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초기자본과 유지비를 들여가며 각자 방송국을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이 뿐 아니다. 외교부와 산업부는 각각 ‘민관합동시장개척단 파견’과 ‘민관경제사절단 파견’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 취지는 모두 아프리카 지역 수출 진흥으로 대동소이하다.
뚜렷하게 하는 일이 없어 ‘보은 인사용’ ‘공무원 승진 대기용’이라는 비판을 받는 각종 위원회 조직도 여전히 많다. ‘문화적 가치의 사회 확산과 국민의 문화적 권리 보장’이라는 알 듯 모를 듯 한 취지로 지난해 출범했지만 아직까지 사업 실적은 거의 없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는 올해 예산이 15억5,000만원으로 작년(9억5,000만원)보다 크게 늘었다. 회의 운영경비(3억8,200만원)와 운영지원 경비(2억6,400만원) 등 조직 유지비가 절반에 가까운 반면, 사업 예산인 문화융성 정책 조사연구(7,200만원) 문화융성 국민공감대 형성(1억8,200만원) 등은 미미한 수준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이렇게 예산 낭비 사례가 곳곳에 널려 있다는 건 예산이 올바로 편성됐는지, 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예산의 쓰임새를 감시해야 할 국회는 표심과 직결되는 예산 편성 과정에는 큰 관심을 보이면서도, 이미 쓴 돈의 내역을 확인하는 결산에는 그만큼 관심을 두지 않는 게 현실이다. 바른사회 시민회의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13년 예산심의 회의는 21차례나 열었지만 결산 회의는 불과 9번만 개최했다. 부실하게나마 국회가 결산 과정에서 지적한 부분도 이듬해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없어 정부는 어영부영 넘기기 일쑤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재정 집행의 밑그림을 그리는 국가 재정전략회의는 너무 추상적이라 실제 예산 편성에 잘 반영되지 않고, 감사원 회계감사도 비위 등 부정행위 위주로만 적발하는 등 예산 집행 점검 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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