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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무임승차' 피부양자 2000만명… 부당수급도 年 17만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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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흑자 늘어도 보장 확대 답보, 부정 사례 전체의 86%나 차지
불법 사무장 병원 관리도 구멍, 공단 측 "시정 권한 없다" 항변
정부는 재정부족을 탓하며 복지 확대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12조8,000억원의 기금을 쌓아둔 채 유례없는 흑자 행진을 하고 있는 건강보험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서는 뾰족한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건보는 수입과 지출이 거의 비슷해야 정상이다. 흑자가 많이 나면 국민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도 보장성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62.5%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80%)에도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국민들이 그만큼 과중한 의료비 부담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건보 보장률을 80%까지 높이는데 12조4,000억원 정도면 가능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건보 재정 적자가 지속되자 정부는 국가가 건보 재정 일부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호법 한시 조항을 만들어 매년 전체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지원하고 있다. 14%는 일반회계에서, 나머지 6%는 담뱃값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국고 지원은 2016년까지이나, 담뱃값 2,000원 인상으로 건강증진기금 증가분만 8,000억에 달한다.
이렇게 국민의 세금이 건보 재정에 투입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돈이 새고 있다. 소득과 재산이 있어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되면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거나, 외국인이나 재외국민의 부정사용 등 ‘무임승차’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고 보험 혜택만 누리는 피부양자는 2,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입자 10명 중 4명 꼴이다. 지난 10일 감사원은 2012년 연간 수입이 4,000만원이 넘는 소득자 4,827명이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돼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며 건보공단에 관리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부당수급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증 대여나 도용, 자격상실 후 부당수급 등으로 적발된 건수는 17만 여건에 달했다. 이 중 내국인의 부당수급이 3만건, 외국인이 14만건으로 집계돼 외국인에 의한 부정사례가 86%나 됐다. 소득 파악이 어려운 외국인에게 평균 보험료만 내도록 한 탓에 이들은 암이나 만성질환 등 값비싼 진료를 저렴한 비용으로 받은 뒤 다시 외국으로 돌아간다.
무상의료제도가 잘 돼 있는 영국도 치료를 목적으로 몰려드는 이주민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골치를 앓다가 유상진료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유학ㆍ취업 등의 사유로 3개월 이상 국내 거주할 것이 확실할 경우 재외국민을 포함한 외국인에게도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 이들에게 지출되는 건강보험 비용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또 돈벌이 목적으로 운영되는 불법 사무장병원에 대한 관리 허술도 건보 재정 누수로 이어지고 있다. 2014년 화재로 29명의 환자가 사망한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의 경우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 의료인력 허위 신고, 입원료 가산 청구 등 불법 행위가 적발돼 지급받은 건보 재정 618억원에 대한 환수와 병원 폐쇄 조치가 내려졌다.
이처럼 2009년부터 2013년 7월까지 적발된 불법 사무장 병원은 478곳으로, 89%인 426곳이 폐업처리 됐다. 그러나 부당 지급된 건보 급여의 환수금액은 당초 목표인 1,960억원의 9%에 불과한 178억원에 그쳤다. 요양기관의 부당청구도 크게 늘어났는데, 2009년 449억원이었던 부당청구 환수액은 2014년 4,488억원으로 늘어 5년 만에 10배나 증가했다.
부실한 관리 감독에 대한 지적이 계속 되고 있지만 건보공단 측은 “부정사용 등 문제점을 알지만 권한이 없어 고치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현재 건보 지급 체계에서는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병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비용을 청구하고, 심평원이 지불 적합여부를 심사해 건보공단에 통보하면 지체 없이 진료비를 지급해야 한다.
건보공단이 병원 등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한 이후 부당청구금을 환수하는 방식이어서 사실상 환수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 심사와 지급 기관이 각각 심평원과 건보공단으로 분리되어 있어 누수를 제대로 잡기 어렵다”며 “건보공단이 진료비를 청구받아 사전 또는 사후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 심평원의 심사조정률은 0.6%(공단 환수 결정 액수는 5,766억원)에 불과한데 미국, 유럽연합 등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건보공단은 수급자격 및 진료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심평원은 고유의 전문성을 살려 급여의 적정성 및 경제성을 심사 평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부정수급은 사후관리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해 진료비 청구를 공단이 맡더라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라며 “청구와 심사가 유기적 관계에 있는 만큼 인력ㆍ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현 체제가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2012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심평원이 공단에 심사 세부내역을 제공하지 않아 불필요한 이의신청 등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으나 보건복지부는 상호견제와 균형을 이유로 분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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