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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커버스토리] 스페인 사회 조롱한 저자, 개혁의 열망 담은 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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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만큼 다양한 평가를 받는 작품은 세상에 없을 듯하다. 상호 모순되면서도 적대시 되지 않는 경우도 문학사에 흔치 않다. 그런데도 누구나 다 돈키호테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는 자를 부정적 의미로 우리는 쉽게 돈키호테라고 말해버린다. 그런데 정말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에 자기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설명이 필요하다고 적어 놓았다. 17세기 스페인 시인 케베도는 두려움과 경의를 표한다고 고백할 정도로, 돈키호테에는 경이로운 다양한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
세르반테스는 종교재판과 검열이라는 비인간적인 정치권의 압박으로, 인간성이 유린당하고 학문이 교살당하는 사회에서 돈키호테를 집필했다. 당시 스페인은 브레인을 이뤘던 유대교 등을 추방하고, 유럽의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야망에 하루도 쉬지 않고 전쟁을 벌였다. 왕과 귀족들은 축제와 사치에 국고를 탕진해 서민들은 무거운 세금의 짐까지 져야 했다. 겉으로는 대제국의 외형을 보이고 있었지만 안으로는 쇠락의 늪으로 깊게 빠져들고 있던 이런 모순투성이의 스페인을 미학으로 투영한 것이 돈키호테다. 따라서 작품은 그러한 검열과 재판관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웃음이라는 탈을 쓰고 반어법과 상징이라는 코드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유쾌하게 우롱하고 있다. 그런데 그 우롱의 저변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인간 중심의 사회 개혁에 대한 작가의 열망과 촉구가 진하게 깔려있다. 무엇보다 사회력이나 물질에 흡수된 인간이 아니라 존재 지향적인 삶을 독려하기 위하여 인간은 무엇에 그 존재 의미를 두고 있는 지를 자유와 믿음, 의지와 사랑이라는 테마로 묻고 있다. 나아가 국가의 존재 이유와 통치, 사법체제와 종교의 존재 의미를 성찰케 하여 인류의 완벽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해방을 위한 나침반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인간과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이상적 해답을 주는, 인류의 바이블이다. 성경인 바이블의 생명이 무한하듯, 돈키호테 역시 유구하여, 시대마다 새로운 금을 캐낼 수 있는 광맥을 우리에게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라는 미끼로 진리를 낚는 이 작품은 독자의 독서 수준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한다. 고양된 정신의 소유자는 이 작품에서 자기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난다. 즉,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체, 섬세하고도 빛나는 아이디어, 가장 자연스럽고도 정확하게 관계되어 조화를 이루며 재미있게 직조된 다양한 소재들이다. 철학자들은 이 작품에서 찬탄할 만한 도덕과 인간에 대한 가장 분별 있는 성찰을 하게 된다. 한마디로 분별 있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비판과 탁월한 이치의 보고(寶庫)다. 그리고 개인의 학문적 소양에 따라 이해하는 내용이나 받아가는 교훈이 다르다. 젊은이들은 세르반테스가 터무니없는 기사소설의 모험담을 우롱할 목적으로 이 작품을 썼다는 사실을 인지할지 모르나 이 작품이 품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인생의 단계 단계마다 계속적으로 주어지는 메시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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