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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최민호 前 판사 "퇴직 통보 받아 이제 무직"

입력
2015.02.26 16:43

“… 공무원이었습니다.”

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25호 법정. 흰색 운동화에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최민호(43ㆍ사법연수원 31기) 전 수원지법 판사가 자신의 직업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당황한 듯 머뭇거렸다. 최 전 판사는 ‘명동 사채왕’ 최진호(61ㆍ수감 중)씨로부터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자신이 연루된 형사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총 2억6,864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이날 첫 공판준비기일을 맞았다. 이날 재판은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익숙한 판사석 대신 피고인석에 자리한 최 전 판사는 초췌한 모습이었다. 지퍼를 끝까지 올린 수의 밑으로 검정색 속옷이 삐져 나왔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최 전 판사는 재판부가 진술거부권 고지를 위해 “피고인”이라며 자신을 불러 세우자 긴장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 재판부의 설명을 모두 들은 후 “네”라는 대답으로 입을 연 최 전 판사는 피고인 본인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소, 생일 등을 묻는 인정신문에 비교적 또박또박 대답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직업을 얘기해야 하는 순간에 이르자 “어제(25일)자로 퇴직통보 받았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무직이냐”며 재차 확인하는 재판부에 최 전 판사는 “네”라고 답했다. 대법원은 25일 최 전 판사가 올해 1월 검찰 수사를 받으며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고 퇴직 인사발령을 낸 바 있다.

이날 최 전 판사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심리가 불안정해 충분히 접견하지 못했다”며 “관련 자료가 많아 공판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공판준비기일 연기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판준비기일을 다음 달 12일로 연기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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