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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회고록' 반성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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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정상외교에 분량 치중 "北과 5번 이상 정상회담 물밑 접촉"
"4대강 사업은 금융위기 극복 도움, 자원외교는 총리실이 총괄 지휘"
‘사실에 근거할 것, 솔직할 것, 그럼으로써 후대에 실질적인 참고가 될 것.’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말미에 회고록 기술 원칙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29일 회고록에 대한 반응은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변명, 왜곡이나 아예 언급하지 않는 식으로 피해갔다” 등 비판 일색이었다.
회고록 주요 내용은 外治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 786쪽 중 약 3분의 2를 남북관계, 미국 중국 일본과의 정상외교 등 ‘외치’로 채웠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추진 비화를 상세히 밝혔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으로 서울에 온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의 정상회담 언급을 기점으로 5차례 이상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물밑 접촉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또 2009년 10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의 싱가포르 비밀 접촉 과정에서 북측이 정상회담 조건으로 옥수수(10만톤), 쌀(40만톤), 비료(30만톤), 아스팔트 건설용 피치 1억 달러어치, 북한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 달러 지원 등을 요구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에도 남북 특사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같은 해 7월 국가정보원 고위급 인사의 방북, 12월 서울을 비밀 방문했던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고위급 인사(류경 수석부부장)의 처형 정보도 언급했다. 당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의지를 전달하는 등 회담 중재 노력에 나섰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중국이 민감해 하는 달라이 라마 방한을 자신이 희망했다는 사실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부패 척결, 의료보험제도 개혁 등에 자신의 조언이 역할을 했다는 자화자찬성 내용도 실렸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이어 남북 비밀접촉 사실까지 세세히 공개하는 바람에 박근혜 정부가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4대강, 자원외교 등은 방어 일관
이 전 대통령은 야당 등이 비판하는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논란 대목은 해명성 서술로 채웠다. 그는 책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세계 금융위기를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 빨리 극복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미화했고, “감사원이 ‘대운하 위장설’ 같은 것을 발표하는 행위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최근의 비판 여론을 반박하기도 했다.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과 관련해선, “해외 자원개발 총괄 지휘는 국무총리실에서 맡았다. 초대 국무총리로 한승수 총리를 임명한 것은 그 같은 이유였다”며 국부 낭비 논란 책임을 한 총리에게 미루는 듯한 묘사로 논란을 불렀다. 또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 생각한다”며 국조 움직임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전ㆍ현직 대통령 비난성 언급도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대목도 많았다. 집권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논란도 노 전 대통령의 약속 위반 때문에 촉발됐다고 주장했고, 광우병 시위도 국민들이 괴담에 현혹됐다는 식이었다. 특히 “광우병 사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 신뢰도를 높이고 한미관계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고, 2012년 환수 예정이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2015년 이후로 연기했던 것도 참여정부의 잘못을 바로 잡은 것으로 기술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박근혜 대통령이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여권 대선후보설 견제 차원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다고 주장했고, 박 대통령의 공약이자 정책 성과 중 하나인 기초노령연금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회고록의 덕목인 반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형인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 측근인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의 비리 문제를 사과하지 않았고, 재임 기간 벌어진 총리실 민간인 사찰, 국정원 대선 댓글 사건도 언급을 피해갔다. 쌍용차 정리해고, 용산 철거민 화재 참사 등도 전혀 언급이 없었다. 7% 경제 성장률을 약속했다 재임 5년 평균 3% 성장에 그치고, 고물가, 부동산 가격 급등 등 경제난에 시달리게 했던 부분도 반성하지 않고 국제 금융위기 환경 탓만 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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