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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 돌파… 국민과 공감 형성 위해… 역대 대통령들 스크린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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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 '뽀로로…' '명량'등 관람
문화 공약 실천·애국심 코드 겨냥
정치인의 대외 일정은 메시지가 담기기 마련이다. 특히 문화 행사 참석을 통해서는 국민과의 공감대 형성, 부드러운 문화인 이미지 형성 등 얻는 게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 행보의 일환으로 28일 영화 ‘국제시장’ 관람 카드를 선택했듯 역대 대통령들도 영화 관람을 정치적 이미지 메이킹 도구로 활용해왔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13년 1월 ‘뽀로로 슈퍼썰매 대모험’이라는 애니메이션 시사회에 깜짝 손님으로 참석했다. 문화대통령 공약 실천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8월에는 이순신 장군의 정유재란 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도 관람했다. 4월 세월호 침몰 후 계속해서 코너에 몰리는 정국 상황을 반전시키고 국민들의 애국심 코드를 건드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순신 리더십’이 부각되면서 박 대통령에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여야 정치권이 잇따라 명량을 관람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재임 기간 영화 관람은 국민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도 방점이 찍혔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한국 영화가 주요 관람 목록에 올랐다는 게 이를 대변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공식적으로 관람한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1993년작 ‘서편제’가 유일하다. 그가 청와대에서 이 영화를 본 이후 야당 경쟁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관람하는 등 서편제는 단성사 단관 개봉으로도 1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으는 당대 히트작이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인 2008년 1월에는 핸드볼 여자국가대표팀을 모델로 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재임 시절인 2009년 2월에는 ‘워낭소리’, 2011년 10월에는 ‘도가니’ 등을 골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등 1,000만 돌파 영화를 관람했다.
재임 시절 공개적으로 영화관 나들이를 가장 많이 한 지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는 자신이 발탁했던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이 감독하고, 전도연이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밀양’과 함께 ‘왕의 남자’, ‘길’, ‘맨발의 기봉이’를 관람 목록에 올렸다. 특히 2007년 대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9월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는 동시에 정치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히트작은 단순히 영화를 넘어 그 시기 국민들의 공감을 담은 시대의 산물”이라며 “대통령들이 그런 영화를 보는 건 국민들과 함께 한다는 뜻을 담았기 때문에 설령 정치적 연출이라 할지라도 소통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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