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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눈치 저 눈치에… '누더기' 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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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2주택 임대소득 과세 등 반발 거세지면 뒷걸음질·없던 일로
정부의 조세 정책이 여론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누더기가 된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반대 여론에 떠밀려 원안에서 크게 후퇴하거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됐다가 무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극소수의 반대 여론에 떠밀려 수년 째 진도가 나가지 않는 종교인 과세가 대표적 사례다. 참여정부 때부터 공론화한 종교인 과세는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난해까지 여러 차례 입법 직전까지 갔다가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에 밀려 막판에 주저 앉기를 반복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통해 올해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었지만 정치권 요구로 이마저도 2년간 연기, 사실상 다음 정부에 공을 넘겼다.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가 무산된 과정은 더 지리멸렬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2월 발표한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에서 2주택자의 월세 임대소득을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자 기재부는 1주일 만에 2주택자의 월세 임대소득 과세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고 적용시기를 늦춰주기로 말을 바꿨다. 대신 전세 임대소득도 월세소득처럼 과세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반발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지난해 6월에는 아예 주택 수 기준을 없애고 세율을 일원화(14% 세율로 분리과세)한 보완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다음달 ‘조세 형평성을 완전히 무너뜨렸다’는 비난과 함께 2주택 전세 과세 철회 입장을 내놨다.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세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기재부는 2013년 8월 세부담 확대 대상인 중산층 소득 기준을 3,450만원으로 슬그머니 낮춰 잡았다가 ‘월급쟁이 지갑을 턴다’는 거센 반발을 사고 닷새 만에 5,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지난해 세법 개정에서는 신용카드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폐지하기로 했던 정부가 여론의 압박을 받고 다시 2년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가 처음부터 여론을 탐색하며 세법을 마련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8월 기재부는 기업에 고인 돈을 가계로 흐르게 하겠다며 기업소득 환류세제(사내유보금 과세)를 발표했지만 정작 중요한 과세 범위 확정은 시행령으로 결정하겠다며 미뤘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시행령에서 과세범위를 80%로 확정했지만, ‘투자’로 인정되는 범위는 또다시 시행규칙으로 미뤘다. 특정 기업에 대한 혜택 등에 대한 여론을 살펴보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제가 법 논리보다 정치적 판단이나 여론에 따라 그때그때 정해지는 경향이 심하다”면서 “그 결과 세법이 갈수록 일관성 없이 복잡해졌고, 세법이 갑자기 바뀌는 일이 반복되면서 경제 주체들의 법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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